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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 눈높이 맞춰 쉽게 풀어낸 깨달음 해설서

  • 불서
  • 입력 2024.03.04 16:27
  • 수정 2024.03.04 16:28
  • 호수 1719
  • 댓글 1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신심명 강설
진우 스님 글/불교신문사/416쪽/2만8000원

진우 스님, 삶의 현장서 체득한 사례·비유로 ‘신심명’ 대의 설명
‘연기’ ‘인과’ 등 불교교리 핵심 일관되고 정갈한 논리로 풀어내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이루는 선종의 묘미는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에 있다. 옷에 달린 장식과 같은 번쇄한 교리의 바다를 빠져나와 단박에 여래의 깨달음에 이른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선 정신은 장자 종단인 조계종에 면면히 이어지는 전통이다. 그러나 깨달음이 쉽지는 않다. 평생을 선원에서 수행해도 깨달았다는 스님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선종의 시작은 혼란을 거듭했던 당시 시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선종의 여명(黎明)이었던 달마 스님이 인도에서 건너올 때의 중국은 혼돈 그 자체였다. 남북으로 갈려 싸우고 북쪽은 북쪽대로, 남쪽은 남쪽대로 여러 왕조가 교차했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불교를 보호했던 불심천자(佛心天子)와 탄압했던 폐불황제(廢佛皇帝)가 교차했다. 상하를 막론하고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고단한 삶 속에서 무수히 많은 경전을 편히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시절에 선종은 탄생했다.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오늘 앉은자리에서 단박에 깨달아 부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당시 불자들의 바람이며 또한 서원이었다. 

또 시절 인연에 맞게 선의 종장들이 끊임없이 사바세계에 출현했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설해진 장광설(長廣舌)에서 핵심만을 간추린 선종의 보전(寶典)들 또한 잇따라 등장했다. 대표적인 경전이 ‘신심명(信心銘)’이다.

‘신심명’은 선종의 초조 달마 스님과 2대 혜가 스님의 뒤를 이어 3대 조사가 된 감지선사(鑑智禪師) 승찬(僧璨, ?~606) 스님이 지은 것이다. 선(禪)의 진면목과 중도(中道)의 요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것으로 사언절구(四言絶句) 시문(詩文)으로 된 146구 584자의 짧은 게송이다. 6대 조사 혜능(慧能, 638~713) 스님의 ‘육조단경’과 더불어 선종의 대표 경전으로 추앙받고 있다. 

저자인 승찬 스님은 북주 무제가 전국의 불탑과 불상을 파괴하며 불교를 탄압하던 시절 산에 은거했다. 이후 남북조를 통일한 수나라가 등장하자 오랜 전란으로 피폐해진 말법 시대의 중생들에게 불교의 요체를 쉽고 명료하게 가르치기 위해 ‘신심명’을 펴냈다.

경전의 제목인 ‘신심명’에서 명(銘)은 돌이나 금속에 새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명심(銘心)은 마음에 새겨 결코 잊지 말라는 의미이며, 신심명(信心銘)은 처음 발심할 때부터 마지막 성불 때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신심에 대해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대중들 눈높이에 맞춰 ‘신심명’ 해설서를 내놨다. [법보신문 DB]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대중들 눈높이에 맞춰 ‘신심명’ 해설서를 내놨다. [법보신문 DB]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신심명 강설’은 간단명료하다. 선의 요체를 대중들을 위해 쉽게 풀어쓴 일종의 해설서다. 짧은 시문에 번잡한 해설을 붙여 더욱 어렵게 만드는 그만그만한 해설서가 아닌 철저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연기’와 ‘인과’ 등 불교교리의 핵심을 한 줄로 꿰어 일관되고 정갈한 논리로 ‘신심명’의 대의를 설명한다. 특히 스님의 경전 해설은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 위한 현란한 문장 대신 평소 쓰는 구어체를 구사하면서도, 삶의 현장에서 퍼 올린 사례와 비유를 통해 선의 궁극적인 가르침인 중도의 길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45년간 ‘화엄경’ ‘금강경’ ‘아함경’ ‘법화경’ ‘열반경’의 오교시(五敎時)를 통해 중생에게 깨우침을 가르쳤으나 이 모든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결국 분별심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스님은 “분별은 인과를 낳고 인과는 결국 윤회를 낳는다”며 “분별과 비교, 인과를 낳는 바탕은 바로 우리의 감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스님은 연기와 인과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당부한다. 연기는 업연에 따른 시절 인연이 우리에게 이어지는 하나의 법칙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우리 감정이 파도를 치며 일어나면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이라는 분별이 생겨나고 이것이 인과로 이어져 윤회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따라서 중도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감정의 속성을 잘 인식하고 어떤 경계를 만나도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만 되면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날마다 좋은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쁨이 클수록 슬픔은 깊어지고, 좋은 것을 추구하다 보면 세상천지 나쁜 것들만 보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신심명’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분별함을 싫어할 뿐이다.”

총무원장스님이 조곤조곤 일러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심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첫 문장의 의미가 빗장을 열 듯 ‘몰록’ 깨어나고, 나머지 가르침들이 첫 문장의 부연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신심명’을 넘어 팔만대장경의 요체와 1700개 공안의 의미까지도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이사(理事)를 넘나드는 무애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던 스님의 예사롭지 않은 수행의 여정이, 아름다운 언어의 사리로 시절인연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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