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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과 욕심

기자명 하림 스님

서로 잘해보자면서 갈등 발생
그 바탕에 욕심 존재하기 때문
분열·고통으로 가는 주요 원인
마음 살피는 습관 필요한 이유

어제 같이 사는 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말이 많았던 이유는 그 일을 끝까지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아하! 그렇구나!’ 싶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가끔 누군가와 대화를 마치고 그 대화를 돌아보면 제가 말을 많이 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명 그분은 만족하고 돌아갔지만 돌아서서 다시 보면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남아있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더 공감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하고 친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현장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선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처음에는 가만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하게 됩니다. 그 말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잠시 후 그의 이야기는 짧아지고 나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어서 그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그의 반응이 힘겨워하거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는 제법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도 상대도 만족스러운 것 같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몰랐는데 그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친절히 그리고 완벽하게 그 길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곧 욕심이었던 것입니다. 그 욕심은 ‘자세히 알려주어야 친절한 거야!’라는 가면을 쓰고 나와 상대를 속였습니다. ‘그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라는 가면을 쓰고 나의 욕심을 친절한 것처럼 위장했던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심히 부끄럽습니다. ‘친절’과 ‘욕심’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분별이 잘되지 않습니다. 내가 마음을 낼 때 이것이 욕심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닌지 먼저 알아차려야 합니다. 저는 종종 데바닷타의 예를 생각합니다. ‘고타마 붓다의 생애’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데바닷타는 이렇게 말합니다. “붓다시여, 당신은 이제 늙고 쇠약합니다. 기나긴 여행에 지쳤고 남은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제 물러나서 평안히 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승단은 제게 넘기십시오. 제가 승단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데바닷타야, 그만두어라. 승단의 지도자가 될 욕망을 가지지 마라.” 그리고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데바닷타야, 승단의 분열을 선동하지 마라. 그런 분열은 탐욕에서 오는 것이다.” 

데바닷타의 말이 상황에 따라서는 옳게 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에 데바닷타는 붓다를 떠났고, 그가 이끌던 수행자들도 그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것은 승단이 최초 분열되는 계기입니다. 마치 붓다를 위하고 승단의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포장이 되었지만, 붓다의 말씀처럼 그런 마음의 뒤에 어떤 마음이 깔려있는지를 스스로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들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분열과 갈등과 고통의 길을 가게 됩니다. 

사실 대부분 갈등은 서로 잘해보고자 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그 바탕에 욕심이 있지 않다면,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서로의 지혜가 모이는 회의가 됩니다. 그러나 고집하고 주장하는 순간 욕심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됩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말하기 전, 행동하기 전에 ‘이 생각은 혹시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한 번 더 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저도 이것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줄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스님은 하루 동안 저에 비해 반의반도 말하지 않는 스님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저 자신이 더 부끄럽고 반성이 됩니다. 오늘 하루라도 말하기 전에 내 마음을 살펴서 이 말이 나의 고집이나 주장에서 나오는 것인지 먼저 알고 내려놓고 말하도록 살피겠습니다. 오늘의 스승이 되어주신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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