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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넘어 삶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다

  • 불서
  • 입력 2024.03.15 22:58
  • 수정 2024.03.15 23:12
  • 호수 1720
  • 댓글 0

세상은  모두가 희망
최유진 시집/도서출판 도반/170쪽/1만2000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다. 공기의 존재를 느끼며 살기란 어렵다.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갇히거나 물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로소 공기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한다.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 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게 된다.

걷고 달리고 움직이며 보고 듣고 말하는 일상의 삶이 보통의 사람에게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다. 인식하지도 못하고 특별하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이런 사소한 일들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진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숨을 쉬거나 숨을 참고 수시로 물에 들어가는  삶을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자연을 둘러보면 흙 한 줌 없는 바위틈에서 기어코 살아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보게 된다. 장애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평범치 않은 조건들이지만 극한의 장애를 극복하고 꽃처럼 피어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삶이 같은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평범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돌아보는 죽비로 작용한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걸 훌쩍 뛰어넘는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는 사람들, 장애가 있기에 오히려 세상을 더 정밀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남들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 최유진 시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최 시인은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다. 최 시인은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세 개로 컴퓨터 자판을 눌러 시를 쓴다. 그런 그가 최근 시집을 내놓았다. 평소 시심이 떠오르면 써 놓았던 시들 중 70편을 엄선해 실었다. 장애를 슬픔이 아닌 긍정으로 극복해 가는 철학적 사고가 돋보이는 놀라운 시들이다. 화려한 문체가 아닌 누구나 공감하는  쉽고 일상적인 단어로 쓰인 시라 가슴에 더욱 짙게 스며든다. 최 시인은 자신의 시 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 쓰기는 나에겐 살아가는 기쁨이자, 삶의 또 다른 이유다. 장애인의 생활이 힘이 들지만, 여기에 희망을 심어보기 위해 나는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읽으면 사랑과 우정, 자비, 자연에 대한 감사 등 우리 일상을 떠돌던 친숙한 단어들이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듯 답답한 우리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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