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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 동물들이 들려주는 붓다의 지혜

  • 불서
  • 입력 2024.03.15 23:03
  • 수정 2024.03.15 23:04
  • 호수 1720
  • 댓글 0

숲속 성자들
이미령 지음/담앤북스/234쪽/1만6800원

‘경전 이야기꾼’ 이미령 작가, 전지적 동물 시점서 경전이야기 풀어
경전에 등장하는 동물 통해 삶의 지혜·부처님 가르침 쉽게 드러내

동물과 짐승은 어감이 무척 다르다. 동물은 무언가 귀엽고 친근한 느낌이지만 짐승은 사악한 느낌이 먼저 든다. 동물은 식물을 제외한 움직이는 생명체 모두를 뜻하니, 사람도 큰 틀에서는 동물에 속한다. 

그러나 사람을 짐승에 비유하면 욕이 된다.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을 짐승에 비유한다. 그러나 실상은 짐승보다 사람이 더 잔인하고 무섭다. 짐승은 배가 고파 사냥하고 배가 부르면 그치지만 사람은 배가 불러도 사냥하고 쌓아놓기 위해 죽인다. 재물이 썩어나도 재물을 더 모으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는다. 그러니 사람을 짐승만도 못하다고 욕하는 것은 짐승에 대한 편견이다. 그래서 동물들에게는 이제 짐승이라는 말 대신 동물이라고 쓰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에는 수 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본생담)’는 서양의 ‘이솝우화’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붓다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뇌는 앵무새,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준 우두머리 개, 붓다에게 꿀물을 공양한 원숭이, 생명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자신 몸을 내어준 뱀 등. 경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도 인간의 몸을 받기 전 무수한 동물로 환생해 공덕을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전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냥 동물이 아니다. 동물을 빗대어 ‘사람’을 말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 동물을 비유로 쓰고 있을 뿐이다. 동물의 입을 빌려 사람의 어리석음을 꼬집고 동물의 지혜를 통해 사람을 일깨우기도 한다. ‘동물은 그저 거들 뿐’ 본질은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의 지혜인 셈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경전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가상의 동물들은 아니다. 부처님께서도 무수한 생을 동물로 거듭나며 공덕을 쌓고 지혜를 닦아 성불했듯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 또한 무수한 생을 거치며 공덕과 수행을 통해 보살과 아라한에 이른, 그래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경전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실제 그 삶을 거쳐 간 실존일지도 모른다. 비록 육도윤회(六道輪廻)에서 축생계와 인간계는 악도(惡道)와 선도(善道)로 나뉘어 있지만 무수한 윤회를 통해 사람이 동물이 되고, 동물이 또한 사람이 됐을 터이다.
 

이미령 작가가 경전이야기를 동물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책은 임이랑 작가의 삽화가 더해져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령 작가가 경전이야기를 동물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책은 임이랑 작가의 삽화가 더해져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은 ‘경전 이야기꾼’ 이미령 작가의 작품이다. 경전 속 동물들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삼아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기에 임이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가 함께 어우러져 한자투성이 경전을 재미있고 발랄하며 편안한 동화 같은 수필로 재탄생시켰다.

우화(寓話)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전 속 동물들의 이야기로 재탄생된 우화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지혜, 수행과 깨달음의 고갱이를 담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우화이기도 하고 또한 수행자를 위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원숭이는 사람 을 흉내내는 간악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부처님께 꿀물을 공양해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는 현자가 되기도 한다.

책은 1부 작고 여린, 그래서 아름다운, 2부 지금 당신 옆의 따뜻한 생명들, 3부 그렇게만 보지 말아요, 4부  동물, 그 이상의 존재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에는 새와 벌, 거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너무 흔하고 약해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되곤 하지만 경전 속 비둘기는 자신의 목숨 무게가 왕의 목숨과 같음을 보여주고 아난존자의 법문을 밤낮없이 외워 인간으로 태어난 앵무새는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또 꽃의 빛깔과 향기를 해치지 않고 달콤한 꿀을 취하는 벌에게서는 탁발의 지혜를, 단단한 등딱지에 사지를 당겨 넣는 거북이에게는 생각을 거둬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부에는 고양이, 토끼, 사슴 등 친숙하고 귀여운, 그래서 우리에게 조용히 위안을 주는 동물들이, 3부에는 원숭이, 여우, 곰, 뱀, 나귀 등 사람들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이, 4부에는 말, 소, 사자, 호랑이, 코끼리 같은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미령 작가는 함께 살았던 개 방울이와 밤비를 통해 사람 못지않은 동물들의 배려와 따뜻함,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사람보다 뛰어난 현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경험들이 글에 투영돼 있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우화 속 존재가 아닌 지금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친한 동료 혹은 사려 깊은 반려동물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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