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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조계종 정책 제안에 귀 기울여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4.03.18 14:24
  • 호수 1721
  • 댓글 3

임란 때 순국 의승만도 1만 명
‘호국의승의 날’ 지정은 ‘당연’

선명상 전 국민 상대 보급은
국민 생명과도 직결된 사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계종이 ‘국민 행복과 전통문화 전승을 위한 정책 제안’ 자료집을 공개했다. 이 자료집은 주요 정당과 불자 국회의원 후보, 교구본사 및 주요 사찰에 배포한다. 불교 현안 12대 의제 중에서도 ‘사회 통합을 위한 실천’은 불교의 공익적 부분과 사회 역할을 역설하며 그에 따른 정당한 평가를 요구한 것이기에 의미 있다. 특히 조계종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주문해 온 ‘호국의승의 날’제정에 따른 각 정당의 호응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00여 년의 한국 불교사를 관통해 온 핵심어 하나는 ‘호국’이다. 이것은 불교만을 숭상하는 여느 나라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 등의 주변국은 호시탐탐 우리의 국토를 노려보다 틈을 보이면 여지없이 침범해 도륙했다. 임진왜란의 비참함을 기록한 글만 마주해도 끔찍한 실상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들도 산도 섬도 죄다 불태우고 사람을 쳐 죽였고, 산 사람은 대나무 통으로 목을 묶어서’ 끌고 갔다고 하지 않은가. 이를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스님들은 목탁을 내려놓고 무기를 들었다. 대의를 위해 수행을 잠시 접었음이다.

엄청난 탄압을 당한 조선시대에도 나라가 누란지위에 처하자 분연히 일어섰다. 학계의 주요 논문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당시 순국한 의승만도 1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 유생들은 의승의 숭고한 뜻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8000여 명의 스님들 희생은 전쟁터에 그대로 묻어둔 채 유생의 시신만 수습해 그들의 희생만 앞세운 ‘금산 칠백의총’이 대표적이다. 조선 왕실도 다르지 않았다. 청허휴정의 공훈은 실로 지대했음에도 예우하지 않았다. 대흥사 경내의 사당 표충사 조성을 허락한 건 휴정 스님 입적 184년이 지난 1788년이었다.

해방 이후의 정부도 조선 왕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때 총독부의 식민지 정책 강화로 훼손된 ‘금산 칠백의총’을 복원·정비(성역화사업·1970∼1976) 할 때 승장사는 세워지지 않았다. 영규 스님과 의승을 위한 제향 공간인 승장사(僧將祠)는 조선후기까지도 ‘금산 칠백의총’ 내에 존재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교계가 “조헌의 700의사와 함께 영규대사와 의승의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문화재청은 유적종합정비사업(2012∼2023) 계획에서 배제했다.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용운·초월 스님 조명은 주로 불교 내에서만 이뤄졌다. 초월 스님이 사용한 태극기가 보물로 지정된 건 초월 스님이 입적한 지 77년이 지난 2021년이다. 6월1일을 ‘의병의 날’로 정할 때도 의승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정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구한말 일제 침략에 맞섰던 의승의 숭고한 뜻을 기려야 한다는 교계의 요구에 국가는 답해야 할 때다. 

용산공원 내 ‘불교유산과 역사문화 복원’ 정책 제안에도 각 정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용산기지 일대는 임진왜란 이전까지도 여러 사찰이 존재했던 곳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기 일제에 의해 일본 신사와 사찰들이 들어서며 전통문화가 파괴됐다. 해방 후에는 미군정의 적산불하 과정에서 종교 시설이 기독교 중심으로 불하됐다. 경성신사는 개신교 미션스쿨인 숭의여자 중·고등학교로, 경선신사 아래 절은 정동교회 대한신학교로, 천리교는 영락교회로, 대념사는 삼각지 성당으로 불하됐다. 그러고 보면 일제 강점 시기에는 일본의 신사가, 해방 후에는 기독교 시설만이 존재한 셈이다. 조계종이 지적했듯 일제강점기의 왜곡된 종교 정책과 미군정에 의한 종교편향적 적산불하 등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용산공원 일대에 평화와 인권, 화해와 추모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10여 년 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2022년 말 기준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조계종은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모든 시민이 수용할 수 있는 선명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선명상 대중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한 때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교계 주요 사찰의 주지 스님도 이 점을 명심하고 각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각인시켜 주기를 당부한다.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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