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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약왕보살의 발원

기자명 진원 스님

산중에도 의대 바람이 불고 있다. 공부 좀 하는 학생, 공부 좀 했다는 학생들이 의대에 가겠다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런 욕구를 욕망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의대는 신분 상승과 성공의 대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정부가 의사를 대폭 늘린다고 한다. 의사들은 절대 반대한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한 답답함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환자들의 몫이 됐다. 병원의 문턱이 높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병원에서 청소 일하시는 분이라도 있으면 빽이 된다고 할까. 의사 만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병원에 가면 가장 큰 불만이 1분 진료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으나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묻지도 못한다. 병원은 문전성시인데 늘 적자라고 한다. 국민들은 당연히 의사가 많아지면 의사도 경쟁하고 진료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반대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의료계는 준비를 좀 하자고 한다. 현재 의대 교수뿐 아니라 실습실 등 부대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점진적으로 증원의 계단을 만들자고 한다. 속칭 비인기과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의사가 많이 모자란다. 우리 직원도 아이가 아파 새벽에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아이를 안고 뛰어다니고 있다. 아픈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도 병이 날 듯하다. 지방의료원은 의사를 초빙하기가 어렵다. 필수의학과는 의사의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역대 정부가 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의사의 영역은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고 국민들도 찬성한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런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귀결됐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말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 또한 극한대립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정부가 의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폭력적이다. 정부와 집단 간에도 서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정부와 이견이 있으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면 해결책은 묘연하다. 정부와 의사가 대화 창구에 마주 앉아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해법을 논의 해야 한다. 정부도 의사들도 환자를 중심에 놓고 대화한다면 방법은 찾을 수있다.

“나는 의학의 신 건강과 모든 치유, 그리고 여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하노라. 나는 은사에 대하여 존중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는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배우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위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이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하노라.”(히포크라테스 선언문)

약왕보살은 중생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구완하고 치료하는 보살이다. ‘관약왕약상경’에 의하면 성광(星光)은 설산에 있는 약을 가져다 수많은 수행자에게 공양하면서, “미래세에 중생의 몸과 마음의 병이 고쳐지리다”라고 서원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환희하여 약왕이라 했다. 의사들은 현대의 약왕보살이다. 보살은 자신의 이익보다 이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에 따라서 재산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명예보다 환자의 몸과 마음이 먼저야 한다. 의사는 약왕보살이다. 환자를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면 온 국민은 의사를 믿고 환호할 것이다.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진원 스님 suok320@daum.net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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