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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지혜

기자명 세광 스님

‘열반경’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군대를 갇힌 공간으로 여기는 장병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의 왕이 진리에 대해 말하다가 대신들에게 한 마리의 코끼리를 몰아오게 하여 여러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각각 손으로 만져보게 하였다. 그리고 왕은 그들을 불러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빨을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는 큰 무뿌리와 같다고 말하고, 귀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가 키와 같다고 말하고, 등허리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는 평상과 같다고 말하고, 꼬리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는 노끈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다투기 시작하였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만이 옳다고 말하는 우리의 어리석음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가치관과 기준을 세운다. 직접 경험한 것일수록 더 확고한 믿음의 관념이 세워지고 그것이 이 세상의 절대적인 기준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것들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일부만을 보고 고집하는 모습은 마치 코끼리의 한 부분을 실제로 만져보고 본인이 알고있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타인의 말에 휩쓸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세상을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팔정도’라는 여덟 가지의 바른길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정견이다. 정견은 ‘바른 견해’라는 뜻처럼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 시작된다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실히 배우며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또 내가 보는 세상은 일부분이고 내가 아는 것도 전부가 아니라는 겸손한 자세와 내가 알지 못하는 넓은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을 바르게 보는 방법중 하나다. 내가 아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믿고 우기는 것은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눈을 가려 결국 세상을 바르게 바라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우리가 우리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깨우쳐 간다면 점점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유의하라! 그것이 곧 그대의 세상이므로”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글귀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사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각자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할 수 없이 온 군대, 억지로 올 수밖에 없는 군대”라는 마음으로는 군대 자체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군대가 고통이 아닌 배움의 공간으로, 새로운 경험의 시간으로 바라본다면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 우화가 일러주듯 어리석지 않고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지혜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용사들이면 좋겠다.

세광 스님 jjiya47@gmail.com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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