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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림자 비친 불영사에서 맺힌 한을 풀다

  • 교계
  • 입력 2024.03.20 13:28
  • 수정 2024.03.22 09:52
  • 호수 1722
  • 댓글 0

33기도순례단, 울진 불영사에서 제11차 기도정진
마음에 맺힌 것 기도로 풀어놓고 소원 성취 기원
석중 스님, “기도 공덕으로 쌓였던 한 녹을 것”

33기도순례단은 3월 16일 울진 불영사에서 제11차 기도정진을 이어갔다.
33기도순례단은 3월 16일 울진 불영사에서 제11차 기도정진을 이어갔다.

부처님 그림자를 따라 수많은 가피담이 전해지는 불영사에는 죽었던 사람이 부인의 지극한 기도로 맺힌 원을 풀고 살아 돌아온 ‘백극재’ 이야기가 있다.

조선 초기 울진 현령으로 발령받아 부임한 백극재(白克齋)가 갑자기 병을 얻어 부임 3개월 만에 죽었다. 부인은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고, 도저히 그대로 남편을 보낼 수 없었다. 비통함을 이기지 못한 부인은 남편의 시신을 불영사로 옮겨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사흘 밤낮을 꿇어앉아 간절히 기도하던 중, 설핏 잠이 들었을 때 산발한 혼백이 나타나 일갈했다.

“십세(十歲)에 맺힌 원한을 풀어라.”

이에 부인이 이상히 여겨 관을 열어보니 남편이 살아나 숨을 쉬고 있었다. 이후 부부는 다시 살아났다는 뜻의 ‘환생전’을 세워 경배했고, ‘법화경’ 7권을 금자(金字)로 사경하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했다. 그렇게 불영사는 맺힌 한을 풀어내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하는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기도도량이 됐다.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정진하는 33기도순례단(지도법사 석중 스님)이 3월 16일 울진 불영사를 찾아 ‘제11차 기도정진’을 이어갔다. 순례 일정을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서 세 번째 토요일로 옮겨 처음 진행하는 기도 정진임에도 70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해 스스로 맺은 한을 풀어내고자 간절히 부처님 앞에 손을 모았다.

불영사 회주 일운 스님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불영사 회주 일운 스님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과 용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 순례단은 불영사 일주문을 지나 불영계곡을 건넜다. 불영사를 감싼 천축산에 터 잡은 거대한 소나무들의 웅장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즈넉한 산사에 들어선 순례단은 대웅전을 참배하고 설법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기도 정진에 앞서 불영사를 오늘의 대표적인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일군 회주 일운 스님과 마주했다. 지난 1991년 세월의 흐름 속에 쇠락했던 불영사와 인연을 맺은 회주 일운 스님은 순례단의 기도에 앞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백극재에 얽힌 기도 가피 이야기를 전하고 “마음에 맺힌 것을 기도로 풀어놓고 원을 하나씩 세워 반드시 성취하라”고 축원했다.

일운 스님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께 예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며 살아가라”며 “오늘이 좋은 날이면 내일이 좋고, 10년 후, 100년 후, 그리고 다음 생도 좋아지기 마련이니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당당하게 불자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며 순례단원 모두가 기도를 통해 한을 풀고 원을 세워 성취할 것을 기원했다.

일운 스님의 축원에 이어 지도법사 석중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기도를 시작한 순례단은 “관세음보살”을 호명하며 각자의 기도를 이어갔다.

순례단원들은 저마다 서원을 세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순례단원들은 저마다 서원을 세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모든 것을 갖춘 신통력과 넓고 크게 닦은 지혜와 방편으로 시방의 모든 국토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나타내지 않는 곳이 없는 관세음보살님께 일심으로 귀명정례할 것”을 다짐하며, 관세음보살 염불을 이어간 순례단원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였다. 기도에 앞서 “마음에 맺힌 것을 기도로 풀어놓고 원을 하나씩 세워 성취하라”고 들었기 때문일까,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 엎드린 모두의 모습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의상 스님은 산세가 부처님이 천축산(天竺山)에 있을 때의 모습과 같으며 연못의 부처님은 부처님이 설법하던 모습과 같음을 보고, 이곳에 금당을 세우고 부처님 그림자가 있던 위치에 무영탑(無影塔, 현재의 삼층석탑)을 세웠다. 부처님의 그림자(佛影)가 비쳤던 불영사에서 기도정진을 이어간 순례단원들은 천축산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석중 스님은 기도정진 후 맑고 밝은 얼굴에 미소가 걸린 순례단원들에게 “살아온 삶에서 맺힌 울화가 적지 않았겠지만, 오늘 백극재의 가피 이야기가 전해지는 불영사에서 기도한 공덕으로 가슴속 한이 봄눈 녹듯 녹게 될 것”이라며 “화와 한의 대상이 됐던 이를 이 시간 이후 부처님처럼 보게 되는 가피가 있을 것”이라고 기도공덕을 설명했다.

기도를 마친 단원들이 대웅전 앞에서 함께 했다.
기도를 마친 단원들이 대웅전 앞에서 함께 했다.

지도법사 석중 스님의 짧은 법문을 끝으로 설법전을 나선 순례단원들은 기도하던 마음 그대로를 간직한 채 불영사 순례를 이어갔다.

김현미 불자는 “가족과 직장의 평안을 기원하며 기도했다. 이렇게 순례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힘을 얻게 된다”며 33기도순례에서의 기도가 일상의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보신문 삼국유사 순례에도 동참했던 안현선 불자는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접하면서 스님의 말씀을 따라 일체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33기도순례에서도 항상 일체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즐거운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순례단은 작은 새장에 갇혔던 새들을 방생하며 천축산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기를 기원했다.
순례단은 작은 새장에 갇혔던 새들을 방생하며 천축산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기를 기원했다.

순례단원들은 저마다 이러한 마음을 간직하고 불영사 연못 앞에서 방생법회를 이어갔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저희들은 여러 겁 동안에 지은 업장을 조금이라도 소멸하고자, 무참히 죽어가는 약간의 미물들을 놓아서 살려주는 법요를 봉행하오니, 굽어 감응하여 주옵소서”라며 손을 모은 순례단원들은 이날 방생한 새들이 천축산 품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어 생을 이어가길 기원했다.

동화작자 권정생 선생이 “불영사의 대웅전은 참으로 아담하고 깨끗했다. 시스티나 성당이나 베드로 성당의 천정화보다 더 아름답다”고 극찬했던 불영사에서 기도하며 맺힌 한을 풀어낸 순례단원들은 석중 스님의 법고 소리에 귀를 열어 더불어 사는 세상에 귀 기울일 것을 다짐하며 순례를 마쳤다.

지도법사 석중 스님의 법고 소리에 순례단원들은 세상을 향한 귀를 열었다.
지도법사 석중 스님의 법고 소리에 순례단원들은 세상을 향한 귀를 열었다.

한편 33기도순례단의 제12차 순례는 4월 20일 강원도 건봉사에서 진행된다. 02)743-1080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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