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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회광반조의 양 갈림길에 선 한국불교

사찰 불교대학 입학생 역대 최대
각 대학 불교동아리도 모처럼 활기
‘불교 위기’ 절박함으로 역량 결집
‘마지막 촛불’ 되지 않도록 힘써야

간만에 반가운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영축총림 통도사불교대학의 올해 신입생 입학 인원이 무려 1127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대 최대인원이다. 평창 월정사에서 열린 ‘금강경 봉찬 철야정진’에는 무려 1700여명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온라인 생방송에는 4500여 명이 함께 했다. 중앙대 불교동아리인 중불회의 신입 동아리회원 모집 부스에는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서는 경기북부 지역 3개 대학에 불교동아리를 동시에 창립했다. 이 가운데에는 기독교계열 대학도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동국대 사회과학대에 불교동아리가 창립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동국대에 설립된 첫 단과대 불교동아리다. 회원수도 90여 명에 육박한다.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까지 “기록적인 날”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국립 강원대에도 두 번째 불교동아리가 창립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제 대학 내에도 복수의 불교 동아리가 활동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최근의 불교계 현황은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절망적인 수치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출가자 급감이 출산율 급감보다 더 가파르게 수년간 이어졌다. 출가자가 사라지니 사찰이 비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스멀스멀 현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최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230회 임시회에선 주지가 없는 사찰이 414곳으로 보고됐고, 상주 인원이 없는 지방 사찰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2018년 조사에서 불자인구가 기독교인구에 1위 자리를 내어준 후 갖가지 통계에서 불교가 기독교에 밀려나는 현상이 불쑥불쑥 드러났다. 어느 때부터인가 불자들의 위기감은 패배감으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무기력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통도사불교대학은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강의 시간을 조정해 일반인들이 동참하기 쉽도록 개편했다. 월정사는 유튜브와 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불자들의 기도 동참 방법을 넓히고 정진을 격려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전국대학별 동아리 홍보 기간에 맞춰 물품을 지원하는 등 홍보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동아리 집행부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으로 홍보 방법을 교육하고 현장 상황에 대한 예행연습도 했다. 봉선사에서는 새로 창립된 대학 불교동아리에 각각 500만 원씩 활동비를 후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동국대는 단과대 불교동아리 창립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쾌척하며 응원을 보냈다. 국립 강원대 불교동아리에는 상월결사가 후원금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사찰과 대학, 신행단체 등 모든 불교계의 노력이 있었기에 불교대학과 불교동아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이뤄진 것이다. 

단, 출가자 추이가 반등했다는 소식만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긍정적 지표로 돌아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회광반조’다. 

임제선사(臨濟禪師)는 ‘임제록’에서 “너는 말이 떨어지면 곧 스스로 회광반조 할 것이며, 다시 다른 데서 구하지 말 것이니, 이러한 신심은 불조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爾言下便自回光返照, 更不別求, 知身心與祖佛不別)”고 했다. 이처럼 ‘회광반조’는 선종에서 ‘빛을 내면으로 비추어 성찰하고 자신 안에 내재 돼 있는 불성을 깨달으라’는 의미로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회광반조의 또 다른 뜻은 ‘해가 지기 직전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잠시 밝아지는 현상’이다. 또는 촛불이 꺼지기 직전 마지막 밝게 타오르는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 반짝’이라는 뜻이다.
 

남수연 국장 
남수연 국장 

“불자가 없다면 불교는 인도의 오늘날처럼 소멸해 버릴 것”이라는 절박함이 사부대중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절박함과 노력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꺼지기 직전 마지막 타오르는 불꽃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들 수 있다. 그 이후는 더욱 짙은 어두움이다. 교계는 지금 중흥이냐 나락이냐는 회광반조의 양 갈림길에 서 있다. 

namsy@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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