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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마조선 관점에서 바라본 인도 선과 중국 선 비교-하

기자명 정운 스님

인도는 경전, 중국은 어록 중심

인도 선이 출가 지향이라면
중국은 출·재가 동등한 위치
주변 사상과 영향 주고받은
중국선, 현재까지 존속 배경

첫째, 좌선과 일상에서의 수행 문제이다. 인도 선은 좌선 중심으로 선정이 발달되어 있다. 물론 아함부 경전에도 행선(行禪)이 나타나 있고, 위빠사나에서도 행선이 발달되어 있다. 움직이면서 걷는 행위나 모든 행위에 사띠(sati)를 챙기는 일상의 명상을 중시한다. 반면 중국선은 인도 선보다 한발 더 나아가 행주좌와어묵동정에서의 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일상에서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그대로가 본원 자성청정심의 발원지요, 본래심의 작용이라고 본다. 마조는 밥 먹고 옷 입는 모든 일상에 마음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 마음이 곧 부처라고 보았다[➙卽心是佛]. 

둘째, 스님들의 운력 문제이다. ‘빨리 법구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 끼따기리 마을에 머물던 500명의 비구들은 밭을 일구고 꽃과 과일을 농사지어 얻은 수확으로 생활하였다. 이는 계율에 어긋나는 생활이었다. 그런데 중국 선에서는 ‘노동=수행’으로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운력의 정당성은 백장의 청규에서 체계화된다. 

셋째, 인도 선은 경전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중국 선은 어록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물론 당나라 초기에는 대승경전을 토대로 선사상을 정립하였다. 하지만 9세기 이후 어록이 나온 뒤 중국 선은 어록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그러면서 어록에서 공안이 형성되고, 화두가 탄생되었다. 

넷째, 인도가 출가 지향주의라면, 중국 선은 수행 차원에서 출가자와 재가자를 동등하게 본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재가자도 당연히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출가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다. 중국에서는 재가 수행자가 많이 배출되었으며, 사대부들조차 선을 상식으로 수용해 실참했다. 곧 당대에 백낙천·방거사를 필두로 송대의 소동파, 원나라 야율초재 등 재가수행자가 많다.

다섯째, 선[불교]이 주변 학문과 종교에 미친 영향이다. 인도불교는 1203년 인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이전 4∼5세기부터 불교는 힌두교에 밀리기 시작했다. 인도불교가 사라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5세기 이후 인도인들은 불교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은 불교가 외부에서 들어온 종교인데도 이전의 유교와 도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불교 교리로 인해 중국의 사상계는 크게 발전되었다. 선사상은 송대의 성리학이나 명대의 양명학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 도교는 중국인의 토속 종교로서 경전이나 의례, 계율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는데, 불교의 영향으로 도교에서도 경전을 만들고, 의례를 정립하였다. 정리하면, 인도에서는 불교가 힌두교와 이슬람교에 밀렸지만 중국[선사상]에서는 불교가 기존의 도교와 유교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도 중국문화의 70%를 점하고 있다. 

여섯째, 선과 다른 학문과의 결부이다. 인도 선은 오롯이 선정과 지혜만이 발전되었다면, 중국선은 다른 종교와 일치적인 성향을 띠었다. 특히 선사들은 유·불·도 삼교 일치를 강조하였다. 당대의 규봉종밀은 ‘원인론(原人論)’으로 불교 입장에서 유교·도교를 회통시켰고, 송대의 불일계숭(1007~1072)은 ‘보교편(輔敎篇)’을 통해 유불일치를 강조했으며, 이외 설두중현과 중봉명본도 유불일치를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함허득통과 청허휴정 또한 유불도 일치를 주장하였다. 

일곱째, 선과 문화의 결부다. 인도 선은 오롯이 선만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선은 문화와 결부되어 있다. 즉 선+그림=선화, 선+차=다선일미, 선+시=선시 등 문화를 선과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이 깨달음의 게송이나 열반송 등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선시이고, 십우도·달마도 등을 선화라고 하며, 다선일미는 차를 마시는 행위는 선수행과 같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대체로 예술 ‘예(藝)’자를 많이 쓰고, 일본에서는 ‘도(道)’를 많이 써서 다도·검도·화도 등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여덟째, 선과 인접 학문과의 결합이다. 즉 천태사상과 선이 결합해 천태선이, 선과 화엄의 결합으로 화엄선이 발전하였다. 또한 당나라 말기 영명연수는 ‘만선동귀집’을 통해 선정일치(禪淨一致)를 주장하기 시작해 중국의 주된 선법으로 근자까지 이르고 있다.

정운 스님 대승불전연구소장 saribull@hanmail.net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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