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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연선원 주지 희상 스님

“어리석은 한 생각 알아차리면 지혜로 바뀝니다”

일상의 불편함 일시에 해소할 수 없어…꾸준한 마음수행 필요
매일 기도하는 습관 기르면 일상의 스트레스 줄고 맑아짐 느껴
집에서든 절에서든 알아차리는 습관 키우는 게 진짜 마음공부

희상 스님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천리를 가는 소처럼 꾸준히 기도하고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상 스님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천리를 가는 소처럼 꾸준히 기도하고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이치를 알고 깨달은 분입니다. 우리는 ‘나’라는 것에 집착하면서 화도 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자꾸 엎어져서 다시 일어나는 삶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중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끊임없이 부처님을 떠올리고 부처님의 따뜻한 미소를 닮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붓다처럼’에 나오는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는 표현처럼 말입니다. 

오늘 아침 한 불자님이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주변 사람과 불편한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사실 스님들도 가장 힘든 것이 수많은 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입니다. 신도들과의 관계, 스님들과의 관계, 세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얽힌 관계 등을 원만하게 갖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떤 불자님은 “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 가장 좋은 기도는 무엇인가?”라고 물어왔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무엇일 것 같습니까? 누군가와의 관계를 좋은 인연으로 바꾸려면 무슨 기도를 해야 좋을까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보살님, 마음이 우선입니다.” 

‘관세음보살’ 한 번 외워도 그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누그러질 수 있고, 108배를 하면서도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어떤 기도를 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자신의 마음을 살펴봐야 합니다. 좋은 인연을 발원한다면 마음으로 좋은 인연을 지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좋은 인연을 짓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언제든지 불쑥불쑥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때 나타나는 현상은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며 말이 거칠어집니다. 급기야 난폭한 언어를 쓰게 됩니다. 그 스트레스는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타이레놀 한 알을 딱 먹고 머리가 확 낫는 것처럼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그렇게 약 한 알을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영험한 곳에 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현상을 살펴서 바로 알고, 좋은 인연을 발원하며 지속적으로 기도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소입니다. 소는 좀 바보스럽지만 우직합니다. 느리지만 꾸준합니다. 모든 기도나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천리를 가듯 지금부터 미루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에 동참하는 분 중에는 절에 나오지 않는 분도 더러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스스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어떻게 지낸다는 말씀을 듣다 보면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 계신 은사 스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연세가 있다 보니 은사 스님께서 치매 검사를 하고 싶어하셔서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의사는 은사 스님께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에 일어나 부처님께 7번 절하고, 경전을 독송하고, ‘관세음보살보문품’을 7회 읊는다”고 하면서 수행 일과를 술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그렇게 매일 기도하시면 치매가 오지 않습니다. 치매를 의심하지 마시고 지금 연세를 받아들이시면 됩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현명한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온갖 치료제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은사 스님의 사소한 증세를 보고 약을 처방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의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보다 자신의 나이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사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패턴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일어나 씻고 식사하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일과를 준비하는 그 과정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꾸준히 이어가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맑아지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맑아진다는 것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맑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수용 능력도 넓어집니다. 물론 어느 순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내가 아직도 이 사람과 전생부터 풀지 못한 질긴 숙제가 있구나’ ‘내가 이 상황을 이렇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괜찮다. 너도 똑같은 인간이다. 괜찮다. 다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마라.”

불자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합니다. 내 안의 지혜와 어리석음이 둘이 아니라면 어리석음으로 향할 것인지 지혜로 향할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연히 지혜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셨을 겁니다.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경전을 펼치면 길이 보입니다.

그래도 한 번씩 어리석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또 어리석었구나’하며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잠시 잊었구나’라면서 알아차리면 됩니다. 어리석음과 지혜가 둘이 아닌 겁니다. 새소리와 욕하는 소리가 둘이 아닌 겁니다. 자연 속의 새소리가 편안하게 느껴지듯 어느 순간이 되면 성내고 욕하는 소리에도 화를 내지 않고 편안하게 들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진짜 공부이고 기도입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쉽고 빠르고 재미가 넘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지금 여기 좌복 위에 앉아 계십니다. 좌복에 앉아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귀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더 드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바른 길을 찾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부처님 앞에 앉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귀한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여러분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여러분들의 집 귀퉁이 어딘가에 경전이 있을 것입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기도하는 곳이겠지요. 바로 그곳은 햇빛이 들어오는 장소입니다. 그곳에 빛이 들어오고 그곳에서 에너지가 따뜻하게 피어오릅니다. 그곳은 법당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곳은 밥 짓는 싱크대 위일 수도 있고 옷 갈아입는 귀퉁이일 수도 있습니다. 안방일 수도 있고 거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가 곧 파릇파릇한 부처님 법이 머무르고 성장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집에서 기도해도 될 것을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까운데 왜 절에 와서 기도할까요? 가정에서 하는 기도도 훌륭합니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기도가 원만하게 실행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쉽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는 기도가 더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스트레스가 일어난 마음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에서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아마 부처님을 마주하고 있는 덕분일 겁니다. 또 앞에서 스님들이, 주위에서 도반들의 기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덕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야용선을 타고 함께 극락세계로 향하고 있음을 믿고 정진하다 보면 가정과 사찰이 분리된 곳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10년 넘게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며 얼굴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아프지 않고 여기까지 지속해서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고 고마움이 가득한데 한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고마움이 싹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스트레스는 그만큼 파괴력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스트레스도 필요합니다. 일상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내가 참 멍청하구나’가 아니라 늘 ‘아, 지혜로움을 깜빡했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감사함과 괴로움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리석음과 지혜도 둘이 아님을 거듭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지혜를 일러주신 부처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입니다. 매일 여러분과 기도하고 책을 읽으며 수행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언제나처럼 함께하면 참 좋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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