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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불교미술을 감상하는 세계 최초의 키워드 ‘여성’

  • 만다라
  • 입력 2024.03.25 19:59
  • 수정 2024.03.25 20:25
  • 호수 1723
  • 댓글 0

용인 호암미술관, 3월 27일~6월 16일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한·미·일·유럽 등 27개 컬렉션 소장품 등
92건 전시…최초 내한 해외소장품도 47건
일반 첫 공개 국내 소장 불교미술품도 9건
“불교의 여성관과 여성에게 있어 불교 의미를
불화·불상·사경·자수 등 다채로운 유물로 조명”

2500여 년 전 탄생해 동아시아 전체로 전해지며 다양한 시대와 국가, 민족, 문화와 접하게 된 불교는 ‘여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수용했을까. 동시에, 차별과 천시, 지배와 소유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오랜 세월 남성 중심의 동아사아에서 문화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은 불교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을까.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이 선보이는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주제로 조명한 세계 최초 전시다. 한국, 중국, 일본 불교미술 속에 표현된 여성을 통해 불교의 세계관 속 여성의 위치와 종교적 해석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오랜 세월 불교 신자이자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던 여성들이 불교를 수용하고 신행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보여준 의식과 역할을 섬세하게 건져 올렸다.

3월 27일~6월 16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에 소재하고 있는 27개 컬렉션에서 출품한 불화, 불상, 사경, 자수, 도자기, 경함 등 총 92건이 공개된다. 국내와 국외 소장 불교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드문 기회다. 특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영국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등 각 컬렉션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 상당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시작 가운데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해외 소재 불교미술품이 무려 47건이다. 특히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 가운데 일본 혼가쿠지에 소장돼 있는 ‘석가탄생도’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가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 전시된다.

‘이모육불도’, 보스턴미술관 소장
‘이모육불도’, 보스턴미술관 소장

국내 소장품 총 40건 중에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리움미술관 소장)’ 등 일반에 최초 공개되는 불교미술품이 9건이다. 이밖에도 ‘궁중숭불도’ 등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을 포함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의 소장처에서 출품한 국보 1건,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이 포함돼 있다.

전시관은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과 2부 ‘여성의 행원’을 주제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1섹션-여성의 몸:모성과 부정 △2섹션-관음:변신과 변성 △3섹션-여신들의 세계:추앙과 길들임 사이를 주제로 꾸며진다. 불화와 불상 등을 통해 불교에서 여성을 어떻게 보고 표현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부처님을 낳은 마야부인부터 중생을 구제하는 어머니와 같이 여겨졌던 관세음보살 등 불교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던 여성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육체의 무상함을 관찰하는 부정관 수행 그림 속 시체는 대부분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육체를 경계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구마노관심십계만다라‘, 일본민예관 소장
‘구마노관심십계만다라‘, 일본민예관 소장

2부에서는 불교 신행의 주체이자 미술의 후원자인 동시에, 때로는 불교미술품의 창작자였던 여성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미타여래와 극락정토를 발원하며 조성한 불화와 불상에서는 여성들이 불교에서 발견한 내세에 대한 희망이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억불숭유, 남존여비로 평가되는 조선사회에서도 여성들의 굳은 신심과 원력이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확대 시키는 중추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왕실 여성들이 발원해 조성한 불상이나 불화는 당대 문화의 후원자로서 견고했던 여성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의 영역이었던 자수로 조성된 불화와 가사 등을 통해 여인들을 불교문화의 생산자로 재평가하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이번 전시를 담당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시대와 지역, 장르의 구분을 벗어나 여성의 염원과 공헌이란 관점에서 불교미술을 조명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불교미술에서 여성이라는 의미가 새롭고 비중 있는 주제로 조명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에서 불교미술에 대한 연구 현황을 공유하고 전시 이해를 돕는 학술포럼과 강연, 큐레이터 토크 등을 진행한다.

국내외 불화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포럼은 ‘불화 속 여성, 불화 너머 여성’을 주제로 4월 18일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린다.

고려와 조선의 불교조각, 불교사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강연은 △‘불상과 여성 후원자’(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장 강연, 5월 9일) △‘기도하는 마음, 발원하는 여성’(임영애, 동국대 교수, 5월 23일) △‘남성의 몸으로 나게 하소서’(양혜원, 서울대 교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 연구원, 6월 6일)를 주제로 호암 워크숍룸에서 진행된다.

이승혜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큐레이터 토크’는 3월28일 리움미술관 강당, 4월4일 호암미술관 워크숍룸에서 각각 진행된다.

이 밖에도 주제별로 진행되는 몰입감상,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어린이 프로그램, 전시설명 도슨트 등이 마련된다. 각각의 프로그램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사전 예약할 수 있다.

용인=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23호 / 2024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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