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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뗏목 타고 불교 문에 들어서다

  • 불서
  • 입력 2024.03.26 16:38
  • 호수 1722
  • 댓글 0

붓다의 길을 따라맹난자 엮음
연암서가/248쪽/1만8000원

진리는 항상 함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처님의 입을 빌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리 속에 있으면서도 진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도 또한 진리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대기설법에 의지해 진리를 파악하지만, 이는 진리를 드러내려는 방편이다. 진리는 말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달이 진리라면 가르침은 손가락에 불과하다. 우리는 비록 손가락에 의지하지만 결국에는 달을 봐야 한다. 이렇게 수행을 통해 이룬 특출난 체험이라도 이해가능한 설명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결코 타인에게 이를 수가 없다.

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었던 위대한 인문학자들의 인문학적 지혜를 통해 불교를 말하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모든 영역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문사철(文史哲)이라 불리는 문학, 역사, 철학이 대표적인데, 책은 인문학의 뗏목을 타고 불교의 진리로 향하는 독특한 길을 제시한다. “인문학은 불교라는 미끄러운 바위 위에 놓인 쇄석”이라는 게리 스나이더의 표현처럼 책은 불교라는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대중들을 인문학의 나침반에 의지해 조금씩 조금씩 바른길로 인도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1부에서 백거이, 잭 케루악, 게리 스나이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오노레 드 발자크 등 ‘불교로 물질주의에 경종을 울린 작가들’이 소개되고, 2부 ‘붓다와 서양철학자’에서는 데이비드 흄과 카를 마르크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질 들뢰즈, 루투비히 비트겐슈타인 등이 등장한다. 3부 ‘지혜 반야의 길’에서는 스즈키 다이세쓰, 향곡·경허 스님, 이탁오와 허균의 삶이 소개되고, 4부 ‘마음에 녹아든 경전의 말씀’에서는 ‘반야경’ ‘화엄경’ ‘유마경’ ‘승만경’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이 설해진다. 5부 ‘수필로 쓴 나의 구법기’에는 봉인사, 무량사, 부탄 등 각지에서 경험한 구법기가 실려있다. 24명의 작가들이 각각 주제를 가지고 쓴 글들이라 글맛과 개성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세간의 지성이 출세간적 진리와 만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체험을 전하는 값진 기록을 남겼다”는 말로 일독을 권하고 있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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