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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종교 연구는 불교 발전·공생 실천 위한 길입니다”

  • 교학
  • 입력 2024.03.29 16:25
  • 호수 1723
  • 댓글 3

기독교, 불교 연구로 교리 보완 시도 지속
기독교 수행법·신앙활동 등 배울점 많아
“불교도 타종교 연구·적용으로 확장해야”

서강대 종교학 외래교수 홍진 스님.
서강대 종교학 외래교수 홍진 스님.

대표적 가톨릭 대학인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강의하는 ‘스님’이 있다. 비교종교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홍진 스님이다.

사춘기 시절부터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스님은 2002년 송광사에서 출가,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대만 남화대학에서 생사학(生死學)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생사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전공 교수가 있는 서강대로 박사진학을 결심하고, 2022년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님은 서강대에서 공부하면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는데, 특히 탈종교화 시대를 맞닥뜨리면서 불교와 다르게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기독교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위기의 순간에도 기독교는 타종교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시도를 통해 교리를 보완해나가고 있었다.

“신화적으로 종교를 바라보고 해석하던 시대를 지나 현대에는 과학적 시야로 종교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일신관을 가진 종교들은 논리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불교를 수용·해석해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특히 불교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기독교 교리에 불교를 차용해 설명하는 기독교인들의 시도가 줄곧 이어지고 있죠. 불교종립대학에서 타종교인으로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교리를 보완하고자, 또 불교를 믿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끊임없는 노력하는 타종교인의 모습을 가벼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반면 타종교를 바라보는 불교의 정서는 그저 무관심 일변도로 느껴졌다. 불교계의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00년대 초·중반, 일부 일본 교토학파(京都學派)에서 불교 사상으로 서양 철학을 해석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후대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불교의 교리는 빈틈없이 논리적이고 가장 수승하다’는 불자들의 안일함 속에서 타종교에 대한 관심은 무뎌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일까. 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기독교를 수용하고, 불교를 확장해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고 불교에 적용 가능한 부분을 고찰했다. 특히 기독교에서 체계적으로 구축한 성경 수행법과 영적 체험을 공유하는 방식은 불교에서 꼭 활용해야 될 점이라 생각했다.

“기독교는 ‘영성 독서법’을 통해 성경 속 상황으로 자신을 던지며 읽습니다. 성경을 읽는 방법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있죠. 또 ‘방언(方言)’ ‘은사(恩賜)’와 같은 영적인 체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신앙 활동의 구심점을 만들어나갑니다. 개인의 종교 체험을 얘기하고 나누며 공동체를 굳건히 다지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불교가 배워야 합니다. 불교도 경전을 활용한 체계적 수행법을 구축하고 신도 간 종교적 체험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행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상호 칭찬하며 신행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죠. 특히 이웃종교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불교를 되돌아보고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스님은 타종교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불교 발전을 위한 길인 동시에 공생의 길이라 생각한다.

“교리가 다르다고 기독교를 배척하고 폄하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봐야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기독교 등 타종교에 대해 연구하고 불교에 적용하는 것은 다종교사회에 필수적인 자세입니다. 이웃이 어떤 종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관심을 가짐으로써 종교적 평화를 이룩하고 진정한 공생(共生)을 실천해야 합니다.”

깨달음에는 팔만사천의 길이 있다는 말처럼 스님은 성경에서도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23호 / 2024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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