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화의 아름다움

기자명 법보신문
요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보수·진보, 우파·좌파, 친미·친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그 어느 쪽이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도덕·윤리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삶이라야 한다. 이 그물에 걸리면 누구를 가릴 것 없이 허위이며 위선이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적 성향·공산주의적 성향·자유민주주의적 성향·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 같다. 그래서 자유와 평등의 정신이 사람됨의 가치를 논의하는 것을 벗어나, 경제를 위주로 하는 정치논리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평등 앞에 자유를, 사회주의국가에서는 그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자유와 평등이 사람에게 있어서 새의 두 날개와 같다는 것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기업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 또 품질과 가격은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를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이 경쟁을 낳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경쟁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으므로 자유라는 것이 경쟁의 자유라는 말로 대변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쟁의 자유는 자본주의를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요인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자본에 예속시켜버리려 역설적으로 자유를 잃게 하는 모순을 초래한다. 사람됨에게가 아니라 돈에 고개를 숙이는 비인간적·비도덕적인 몰가치한 세상으로 전락하는 꼴이 된다. 그러므로 자유를 구가하려던 이상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오히려 돈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그 반대쪽으로 눈을 돌려보기로 한다. 마르크스·엥겔스가 체계화하고 레닌·스탈린이 계승하여 실행한 이론인 공산주의는, 듣기에는 가장 이상적인 치세(治世)의 술수처럼 들린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공유를 토대로 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유물변증법으로 비판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업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존재하질 않는다. 그야말로 평등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생산한 것을 균등하게 나누어 갖는 분배의 평등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유물사관이다. 사람의 마음이 과연 기계처럼 움직일까? 마르크스-레닌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기계는 일정한 조건만을 갖춰주면 꾀를 부리지 않고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 시계는 태엽을 감아주면 일년 내내 똑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그들은 노동자에게도 배불리 먹여주고 일을 시키면 공장의 기계처럼 잘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확신이 오늘날 공산국가의 비극을 부른 것이다. 분배의 평등은 범부중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분배의 평등은 일을 안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공산주의의 꿈을 깨버린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못하는 생각을 하고, 말하며, 문화를 창조한다. 그러한 사람의 마음은 많은 층을 이루고 있어서 아주 복잡하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시·공을 통하여 여러 요소의 인자(因子)를 품을 수밖에 없다. 나를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신 조상을 100대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얼마나 많은 조상이 계실까? 3000년의 세월에 무려 10의 13승이다. 불가사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알라야식이나 이 문제에 관하여 속시원하게 답해 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경쟁의 자유와 분배의 평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빌리면 양변(兩邊)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서로 기대고 서 있는 ‘갈대 단’의 비유처럼, 자유와 평등이 서로 기대어서 중도(中道)를 이룰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평화와 번영을 누릴 것이다.
이 평 래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