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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상아)

기자명 법보신문

선종 최후의 공안집

‘조주無字’ 등 48칙 선별해 소개

선 대중화에 기여한 종달거사 역작


선(禪)은 흔히 ‘문자를 세우지 않으며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알게 하는 데 있으며, 마음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며 언어가 아닌 별도의 방법으로 전하는 것(不立文字 直指人心 以心傳心 敎外別傳)’으로 일컬어진다. 그런 만큼 선은 마치 결벽증에라도 걸린 듯이 문자나 언어에 대한 극도의 기피와 혐오증 비슷한 성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선과 관련된 서적은 실로 엄청나다. 수많은 선사들의 어록을 비롯해 이들 선사들의 어록을 묶어놓은 『종경록』, 『경덕전등록』, 『조당집』, 『종용록』, 『선문염송』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수많은 선의 언어들은 마치 달을 가리키기 위한 수많은 손짓과 비슷하게 말로는 가리킬 수 없는 것을 가리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이다. 즉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수많은 납자들을 깨우침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선어록에는 불꽃이 튀는 긴장감과 파격을 곳곳에서 전개되곤 한다. 『무문관(無門關)』은 이러한 선의 세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표적인 ‘선서(禪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중국 남송의 무문 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가 쓴 이 책은 수많은 선어록 중 공안 48칙을 뽑아 상세한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제자들이 선을 올바로 참구하도록 만든 지침서다. 이런 까닭에 선 수행자들이 여기에 담긴 48칙의 화두들을 철저히 투과하기만 한다면 ‘무문 선사의 뱃속을 훤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며 나아가 일시에 1701가지의 공안을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안목을 갖춰 부처와 조사와 손을 맞잡고 생사를 여의고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 전해져 올 정도다.

특히 무문 선사는 제1칙 ‘조주무자(趙州無字)’를 종문(宗門)의 일관(一關)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조주에게 한 스님이 “개[狗子]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없다[無]”고 대답한 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유무 상대(有無相對)의 ‘무(無)’가 아니라 유무의 분별이 끊어진 절대적 ‘무’를 가리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문관』에는 이 ‘무자(無字)’의 탐구가 전편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무문관』은 지난 700여 년간 동아시아의 수많은 납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아쉽게도 근래에는 이를 주목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0년대 중반 재가수행모임인 선도회를 결성해 이끌었던 종달 이희익 거사가 1974년 현대인들이 알기 쉽도록 『무문관』을 풀어쓰면서 다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고암 스님은 상세한 해석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정진하는 무문관 수행도 이 책의 출간과 무관하지 않다.

선종 최후의 공안집이라 불리는 『무문관』은 수행자이자 물리학자인 박영재 교수가 강조하듯 “이 책은 선의 입문서인 동시에 열심히 살아가려 애쓰는 모든 사람들이 보다 지속적으로 각자의 삶을 철저히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명저”라 할 수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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