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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

기자명 법보신문
단순 생명연장 치료 거부권 있어야

소극적 안락사의 두 번째 대안으로 리빙윌(Living Will),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을 제시한 바 있다. 적극적 안락사뿐만 아니라 소극적 안락사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이 있지만, 리빙윌을 토대로 하는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건강할 때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해두는 리빙윌을 이미 법제화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실천하기 위해 리빙윌에 서명해 두었다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게 되는 경우, 이 선언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일본 후생성(厚生省)에서 98년 6월 말기의료를 집중 검토한 결과 리빙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자신의 의사를 중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서’에 따라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의 뜻은 대부분 수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 일본만이 아니라 호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인간의 존엄한 죽음에 관해 국제회의를 10여 차례 열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미리 가족과 협의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유서형식으로 문서화 해두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유서만 써두자는 말이 아니라, 리빙윌에 서명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삶을 되새겨보면서 인간다운 삶과 품위 있는 죽음맞이는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보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함으로써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하겠다는 결심을 하자는 뜻.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

저는 제가 병에 걸려 치료가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할 경우를 대비하여 저의 가족, 친척, 그리고 저의 치료를 맡고있는 분들께 다음 같은 저의 희망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선언서는 저의 정신이 아직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적어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정신이 온전할 때에는 이 선언서를 파기할 수도 있겠지만, 철회하겠다는 문서를 재차 작성하지 않는 한 유효합니다.

*저의 병이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리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죽는 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한 연명조치는 일체 거부합니다.

*다만 그런 경우 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몇 개월 이상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명조치를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저의 선언서를 통해 제가 바라는 사항을 충실하게 실행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저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모든 행위의 책임은 저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며칠 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유료양로원에서 ‘죽음준비’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노인들은 평균 연령이 80세였으므로,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노인들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죽음은 절망이 아니다, 죽을 때 자기 자신의 값어치가 남김없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밝은 모습으로 죽을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하자”는 취지로 1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소극적 안락사의 대안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전환,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와 함께 리빙윌을 제시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찬성의 뜻을 표했다.

소극적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사나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등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귀가 번쩍 뜨였던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의 내용이 바로 자신들이 원하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의 대안으로서 리빙윌은 바람직한 죽음의 방식이라고 본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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