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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정토수련원

기자명 법보신문

품어라…놓아라… 그대, 무얼 더 찾는가

<사진설명>문경 정토수련원은 희양산이 보이는 맞은편 산등성이에 산골 마을처럼 펼쳐져 있다. 얼핏 보기에 그저 옹색한 촌옥이지만 이곳은 분명 수행처이다.

충주 시내를 벗어나면 한반도의 등뼈인 태백산맥의 한 자락에 들어섰다는 실감이 난다. 산이 높아진 만큼 길도 숨가쁘게 휘돌아 가지만 다행히 천년고찰 봉암사로 가는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 초행 시골길이 그럭저럭 찾아갈 만 하다.

입구부터‘편리함’과는 작별

문경 정토수련원 안내판이 갑작스레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려는데, 멈칫해진다. 길이 영 의심스럽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에 포장도 제대로 안돼 있으니 차는 두고 걸어가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입구에 있던 한 주민이 빙긋 웃으며 올라갈 수 있다고 손짓을 해준다.

문경 정토수련원은 애당초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고집스레 차를 끌고 올라오긴 했지만 수련원에 들어오는 불자들 대부분은 안내판이 보이는 도로에서부터 수련원까지의 산길을 걸어 올라온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30분씩 비탈길 오르기를 반기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정토수련원은 이런 얄팍한 마음부터 버리고 오라는 듯 하다.

애써 올라왔더라도 수련생을 반기는 것은 위풍당당한 수련관이나 장엄한 법당이 아니다. 차라리 어느 산골 화전촌에 온 듯 길가 드문드문 촌가가 전부다. 각 입구에 붙어있는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등 안내판이 이곳이 도량임을 가늠케 한다.

문경 정토수련원은 정토회가 1989년 수행과 생활을 하나로 조화시켜 수행의 원력을 사회활동의 원동력으로 이끌어 내고자 문을 열었다. 희양산이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에 수련원 터를 마련하고 이듬해인 90년 본 법당인 백화암을 세우며 정식 수련원으로 개원했다.

1992년 ‘깨달음의 장’ 수련장과 선실을 마련했지만 처음 약 3년간은 전기 시설이나 진입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상태였다. 주변 농지에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자급하며 생활하다가 93년 들어 전기 및 도로가 개설됐다. 이후 도량 불사에 박차를 가해 1994년에 정토종합수련장과 방문객들의 숙식 공간인 요사채를 건립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정토수련원은 ‘장엄 불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번듯한 외관을 갖추는 대신 마음을 닦는 수련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프로그램 운영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산골 마을처럼 평범한 도량

정토수련원에서는 4박5일을 일정으로 한 달에 2번에서 5번 정도의 수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년간의 수련회 일정은 상, 하반기로 나눠 정토회 홈페이지의 문경수련원 게시판에 공시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일정표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맞춰 미리 신청하면 동참할 수 있다.

정토수련원은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수행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장기간 이곳에 머무르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기도대중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수행하는 이들은 30여 명이다. 이들은 ‘깨달음의 장’을 통해 수련을 거친 후 기존 수행자들의 동의를 거쳐 장기 수행 동참 여부가 결정된다. 기도대중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자신의 생각을 모두 드러내 각자의 의식을 공유하면서 수련원의 운영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 수련장을 손보는 일과 일반인들의 수련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도 이들의 중요한 일과다.


<사진설명>정토수련원의 모든 살림살이는 자원봉사자(바라지 동참자)들의 손끝에서 일궈 진다. 공양간에서 수행처까지 점심공양을 나르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한줄로 서서 그릇을 옮기고 있다.


수행-일 하나된 공동체 형성

정토수련원은 이처럼 수행과 생활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화두선과 관법수행 등의 수행 형식보다는 누구나 깨달음을 체험하고 자기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정토수련원의 수련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자신을 돌아보며 24시간 내내 마음이 깨어있는 연습을 하면서 마음의 불안·고통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의 장, 자신의 마음 속을 숨김없이 다른 이들과 나눔으로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나눔의 장, 그리고 3단계 수련으로 가정, 직장 등에서 일과 수행을 겸비해나가는 실천프로그램인 일체의 장이다. 이 가운데 일체의 장은 부정기적으로 열린다.

현재 정토수련원은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정토회관에 위치하고 있는 정토회 사무국이 내년엔 이곳 수련원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련원을 수련교육장과 수행처, 그리고 공동체 마을 등으로 구분하는 동시에 화장실, 요사채 등 낡은 시설에 대한 개보수작업과 대수련원 등 일부 건물에 대한 신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외형의 변화만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을 구하고 마음을 나누는 수행공간 정토수련원이 진정한 삶의 터전이 되어 수행과 삶이 하나된 ‘깨끗한 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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