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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예찬

기자명 법보신문
나이들수록 마음의 평수도 늘어나니

나이드는게 과히 나쁜 것은 아닌 듯


출가자에게 무슨 생일이 따로 있으까 마는 그래도 다음주가 되면 나이를 한살 더 먹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모르는 새 단어를 외울 때 예전처럼 바로 바로 기억이 나지 않고 좋아하는 운동을 해도 예전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음을 느낀다. 세속으로 치면 더 이상 청년이 아닌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 버린 셈이다.

그래도 나이가 한두살씩 먹어간다는 것이 나는 그리 싫지만도 않다. 젊은 날의 왕성한 혈기는 없어도 경험으로 축적된 판단력이라든지 예전에는 없던 침착성이 어느덧 나이와 함께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5∼6년 전에만 해도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면이 많았던 것 같다. 한번은 법회 중에 찬불가를 할 때 목탁을 내리는 때를 헷갈려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스님이 법회 도중 내가 가지고 있던 목탁을 확 빼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신도님들도 다 있는데 그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딴에는 창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앞뒤 안가리고 망신을 준 그 스님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실수를 정확하게 지적해 준 그 스님에게 삼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스님이 있었기에 그 후로 그와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스님이 잘못이 있다고 지적해 준 것은 실수를 범한 내가 아니라 내가 한 실수를 향한 것이었는데 그 때 당시만 해도 나는 이 둘을 혼돈해서 쓸데없이 마음 상해 했던 것이다.

중생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런 실수를 범했을 때 노력해서 고치면 그만인 것이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내가 주장하는 부분이 옳다고 생각이 되면 상대방을 무조건 설득하려고만 들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의 입장도 좀 귀담아들어 보려는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저런 의견을 내놓는지 한번 입장 바꾸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서 이해를 해보려는 노력도 나이가 들면서 종종 하는 것 같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저지른 사람에게 어렸을 때는 쉽게 손가락질 하면서 사람으로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내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그처럼 흑백으로 나누면서 함부로 비난하는 것을 삼가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젊어서 율사로서 성품이 칼 같았던 스님들도 연세가 드시면 자연스럽게 너그러워지고 또 자애로와진다고 들었다. 아마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어디에도 없으리라.

나이가 드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지는 것처럼 여기는 현대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너도 나도 어떻게 하면 실제 나이보다 좀 더 젊어 보일까만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수록 한 잔의 차 향기와 같은, 은은한 지혜와 마음의 훈훈함이 느껴지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면 이 가을 바람이 좀더 포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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