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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부지런히 먹어 삶을 살찌워라”

기자명 법보신문

마하시명상센터 우 와사와 사야도

지혜는 선정 이후 생기는 것…비구니 계맥 복원은 반대

남북방 수행체계 다른 건 환경 탓…모두 부처님 수행법


우 와사와 사야도는 마하시 사야도 입적 이후 마하시명상센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큰 스승이다.

지난해 10월 31일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센터를 방문, 황금탑 쉐다곤에 작은 불상을 보시하러 가는 스님을 센터 입구에서 잠시 친견할 기회를 얻었다. 찰나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을 자비롭게 맞아주던 모습이 선하다.

스님과의 인터뷰는 미얀마 양곤에서 럭키 패러스 호텔(Lucky Palace Inn)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설수자 사장과 미얀마인 소모씨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22일 스님을 뵙고 직접 인터뷰를 했으며 인편을 통해 결실을 보내왔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위파사나는 어떤 수행입니까.

위파사나(vipassana)는 위(vi)와 파사나(passana) 두 단어가 결합된 말입니다. 위는 마음과 몸의 세 가지 특성인 삼법인(三法印) 즉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를 뜻합니다. 파사나(passana)는 바른 이해 또는 깊은 마음 집중을 통한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지만 엄밀하게는 삼법인에 대한 바른 이해입니다.

따라서 위파사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삼법인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불교인들 가운데는 간혹 사마타 수행과 위파사나 수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마타는 집중, 안정, 평온을 뜻하고 위파사나는 고통의 근원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말합니다. 물론 수행의 결과도 차이가 있지요. 사마타 수행의 결과는 마음의 고요와 평화이지만, 위파사나 수행의 끝은 고통의 소멸입니다.

마하시명상센터의 수행 특징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위파사나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은 마하시 사야도의 자비로운 가르침 때문입니다. 마하시 사야도 수행의 특징은 복부에 일어나는 움직임을 일차적인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마하시 사야도께서 갖가지 경전에 나오는 내용을 조사·연구한 후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수행 방법으로 고안하신 것입니다. 여기서는 좌선과 행선도 같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좌선 이외의 모든 동작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행의 상태를 매일 지도법사에게 점검받는 것도 이곳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데, 수행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의 간화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는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간화선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에 위파사나를 전하기 위해 두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지만 간화선을 접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미얀마, 태국, 일본, 한국 모두 불교국가라고 하지만 수행체계는 다릅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부처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모두 부처님의 수행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입니다. 수행체계가 조금씩 다른 것은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이 다른 환경에서 전했기 때문입니다. 가르침이 부처님의 경전에 근거하고 있는 이상 모두 부처님의 수행법입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절과 탑을 짓고 보시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부처가 되거나, 아라한이 되는 방법은 수행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절을 짓고 탑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자들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이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보시는 생활 속에서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이미 수행입니다.

부처님이 남기신 경전은 무수히 많습니다. 위파사나를 통해 바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많은 경전을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경전을 공부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전들은 바른 길을 일러주는 길잡이 같은 것입니다. 가는 길이 옳지 않으면 목적지에 이를 수 없지요. 수행법은 경전을 통해서만 알 수 있고 수행의 깊이는 경전에 의거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기까지 수행과 경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요가를 비롯해 불교 이외에도 많은 수행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불교 수행법 외에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수행법이 많은데, 과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깨달음은 위파사나만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도 정신적인 각성과 신비로운 체험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결국 위파사나로 돌아와야 합니다.

부처님의 삶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지요. 부처님은 인도의 다양한 수행법을 모두 섭렵하셨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위파사나를 통해 고통을 인식하고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스님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또 스님들의 정치 참여 자체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불교에 대해 위험이 닥쳐온다면 그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지혜가 먼저입니까 선정이 먼저입니까.

선정이란 슬픔, 통증, 차가움, 따뜻함 등 6가지 감각기관에서 느끼는 모든 종류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선정이 돼야 물질과 마음,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지혜가 생기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선정이 먼저고 지혜가 그 뒤에 따라 오는 것입니다.

남방불교에 비구니 계맥이 없습니다. 비구니 계맥 복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좌부 불교계에서는 비구니 계맥이 없습니다. 따라서 비구니 교단도 없습니다. 틸라신(사미니)만 있을 뿐이지요.

스리랑카에는 한때 비구니 계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구니 계맥이 중간에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구니들이 부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따라서 저도 비구니 계맥의 복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좌부 불교에서는 세상은 고통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너무 부정적인 가르침 아닙니까.

상좌부 불교에서는 분명히 세상을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부정적인 가르침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인생은 생겨나서 늙고, 아프고, 죽는 4가지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요. 부처님도 한때는 세상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셨다가 위파사나를 통해 이를 알게 됐고, 위파사나를 통해 고통을 소멸시켰습니다.

세상은 분명 고통이지만, 그 고통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200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국 불자들을 위해 덕담을 한마디 해주시지요.

세월이 사람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이 세월을 먹어야 합니다. 세월이 사람을 먹는다는 뜻은 그저 허송세월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세월을 먹는다는 것은 건강, 생활, 교육, 보시, 수행 등 종류에 관계없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열매를 맺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부디 세월에 먹히지 말고 세월을 부지런히 먹어 인생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그런 삶이 되기를 당부 드립니다.
정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현 법사위원회 회장

우 와사와 스님은


우 와사와 사야도는 1935년 4월 10일 싸카잉 지역의 느가준시 느가룬 마을에서 태어났다.

12세때 느가준시의 툰민갈라 수도원에서 와사와란 법명을 받고 사미계를 받았으며1953년 아신 마니타 장로에게서 비구계를 받았다. 팔리어 문법과 삼장에 능통했던 스님은 법사 시험을 통과하고 싸카잉 팔리어 대학과 양곤 아랫니토야 수도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스님은 1962년 오랜 교수 생활을 접고 마하시 명상센터에 들어와 10년간 위파사나에 전념했으며, 1992년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의 명상지도법사위원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눈푸른 납자들을 제접하고 있다.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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