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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불교학 논쟁]①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주장-반박, 학문 발전의 자양분

치열한 불교논쟁사, 사상적 심화 이끌어

논쟁이 학문발전의 자양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객관적인 주장과 논리적인 반박은 사상의 폭을 넓히고 학문의 깊이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교학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록 종교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다양한 해석과 검증은 사상의 깊이와 신앙적 틀을 더욱 견고히 하도록 한다. 이런 까닭에 2600여년 전 부처님조차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다 제자들과 끊임없는 논쟁을 벌여 자신의 깨달음을 확실히 전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인도불교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와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되면서도 일관되게 이어졌다. 불교논리학파와 힌두 논리학파와의 500년에 걸친 무수한 논쟁, 티베트 불교를 성립토록 한 삼예의 종론, 중국 도가 사상과의 대립 등 수많은 논쟁들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불교가 세계적 종교로 자리 매김 한 것도 이 같은 격론과 무관하지 않다. 끊임없이 야기된 논쟁을 통해 불교 스스로의 자생력을 높이고 사상적 치밀함을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적인 논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내부적인 치열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부파 불교시대의 내부 논쟁, 대승불교의 등장과 함께 진행된 중관, 유식학의 논쟁, 교상판석을 토대로 한 종파간 논쟁, 교종과 선종의 논쟁 등은 대립에 앞서 불교를 살찌우고 정체성을 유지토록 한 사상적 투쟁의 성과인 것이다.

1700여년 역사의 한국불교 또한 치열한 논쟁을 거듭하면서 한국적 불교를 형성해 갔다. 귀족 중심의 불교계와 불교대중화의 선구자 원효와의 논쟁, 화엄사상을 둘러싼 신라불교의 거센 논란들을 차치하고라도 『선문수경』을 두고 벌인 초의와 백파의 선논쟁 등은 중국불교의 틀에 갇혀 있던 한국불교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이 같은 전통은 근현대 한국불교학에도 이어져 불교학자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이 거듭됐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성철 스님에 의해 제기된 돈점 논쟁을 비롯해 조계종 종조 논쟁, 무아-윤회 논쟁, 한국불교정체성 논쟁 등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불교학 논쟁은 한국불교학 발전의 밑거름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또 『진심직설』의 저자에 대한 논쟁, 『의상법계도』의 작성자에 관한 논쟁, 의상 스님의 중국 입당 경로 논쟁, 의상계 스님의 ‘원효 대승기신론’에 대한 비판 논쟁 등 같은 분야를 전공한 학자들이 펼친 불교 이론에 대한 세부적인 학술 논쟁은 정체된 불교학계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 한국불교학은 논쟁의 부재라는 중병에 걸린 듯하다.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고 학술단체들도 속속 생겨나지만 치열함은 오히려 옅어진 게 사실이다.

한다리 건너면 모두 스승과 제자이자 동료라는 인연의 얽힌 끈 때문일까. 세미나라는 공식적인 멍석에서조차 비판보다는 칭송이, 거친 목소리보다는 공손함이 미덕으로 간주되고 있는 듯 싶다. 그럼에도 비판을 생리로 하는 학문의 속성은 지난 100년간 근대불교학의 역사에서 보석 같은 논문들을 숱하게 배출하게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알려졌거나 혹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한국불교학사에 기록될 논쟁들을 소개하고 의미를 되짚어 보는 ‘다시보는 불교학 논쟁’을 매주 연재한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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