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선수행 조윤식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처음엔 재가자로서의 한계에 절망
이제는 화두 놓치지 않고 직장생활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두수행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들었다. 특히 현재의 직업이 고객들과의 접촉이 많은 영업이다 보니 말을 많이 해야 했으며, 술자리 또한 많았다. 따라서 말이 화두수행이지 하루 30분도 정진할 수 없었다. 몽중일여나 숙면일여의 단계가 되지 못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어느 불교관련 책자에서 보았던 내용처럼 나 같은 사람은 시절인연이 안되어 도저히 깨달음을 이룰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되었으며, 영업이란 직업은 더욱이 깨달음을 추구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보였다. 출가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몰려왔다. 가정이고 뭐고 모두 인연으로 돌리고 출가만 하고 싶어졌다. 그 만큼 깨달음에 대한 열망은 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법성게 강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재가 수행자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생의 새로운 반전을 맞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현재의 직업과 가정을 유지하면서 부처임을 자각하고 부처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깨닫고 재가 수행자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부처행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사생활 열심히 하는 것이 부처행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두수행을 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호흡에 화두를 붙여 놓는 것이었다. 날숨에 화두를 붙여 놓았다. 처음에는 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상생활 중에 화두를 놓치는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호흡은 점점 안정되어 갔으며, 화두의심은 날로 깊어지기 시작했다. 화두가 깊어지면서 망상에 크게 끄달리지 않고 무심히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기 시작하였다. 어떤 어려운 일이 몰려와도 당황되거나 두려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한 마음이 유지되었고 이따금 큰 경계를 만나더라도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내가 당하고 있는 일이라는 망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모든 일에 관대해지기 시작했으며, 만약 직원이 잘못한 점을 보면 화난 마음 없이 화도 냈다. 내가 참는 것이 아니고 망상인줄 알고 있으니 그대로 평상심이 유지 되었다.

불교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만 3년이 거의 다 되었다. 그동안 좋은 스승님과 수행법을 찾아 부단히도 헤맸던 것 같다. 전생 선업의 연으로 지금의 좋은 스승님을 만나 재가 수행자로서 나름대로 발심을 하고 수행정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스님께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부처행을 통해 불교 대중화에 앞장서는 일일 것이다.

한국 불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았다. 깨달음이 소수 출가하신 스님들이 평생 죽을 각오로 정진해도 얻기가 어려운 것이라면 일단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한다. 누구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상 한국 불교는 신도의 복을 빌어주는 기복종교라는 불명예를 벗기 어려울 것이며, 불교의 대중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난 아직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놈이 부처임을 안다. 아직 미성숙한 초보 부처이지만 성숙한 부처가 되기 위해 오늘도 화두 수행 열심히 할 것이고 직장생활에서 부처행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