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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윤호진 스님의 『무아윤회문제의 연구』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5.02.01 13:00
  • 댓글 0

무아와 윤회사상 양립할 수 있나

부파불교시대 이후
논사들의 고민거리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적 시각 접근


인간은 죽으면 육체와 함께 영혼(자아)도 영원히 없어져 버리고 마는가? 아니면 영혼은 남아서 업에 의하여 끊임없이 육도의 세계를 윤회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서가 윤호진 스님의 『무아 윤회문제의 연구』이다.

불교를 비롯한 인도의 종교와 철학은 대부분 육신은 죽어도 인간은 선악의 업 등에 의하여 끊임없이 윤회한다고 한다. 다만 차이점은 인도철학에서는 유아윤회(有我輪廻), 즉 윤회의 주체 또는 실체로서 아트만(영혼, 자아)을 상정하고 있는데 반해, 불교에서는 윤회의 주체,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無我), 선악의 업에 의하여, 또는 아뢰야식에 의하여 윤회한다고 말하고 있다(무아윤회).

불교의 무아이론과 윤회설, 그리고 인도철학의 아트만과 윤회설은 한마디로 불교와 인도철학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테마이다.

그러나 윤회를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윤회의 주체로서 영속하는 실체(아트만, 영혼)는 없다고 하는 불교의 무아사상과 윤회이론은 양립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점을 갖고 있다. 영원불멸하는 그 어떤 존재(자아, 영혼, 실체)도 없다면 윤회설은 사상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역설적으로 없으니까 윤회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체가 없다면 현세에 지은 선악의 과보(업)는 누가 받는가? 주체가 없다면 a의 죄가 b나 c에게로 전이(轉移)될 수도 있다. 무아를 주장한다면 당연히 윤회 같은 것은 성립될 수 없고 윤회를 주장한다면 무아사상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초기불교 이후 부파불교 시대를 거치면서 각파의 논사(論師)들은 모순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탐구했다. 그리하여 ‘아트만이나 영혼 같은 존재는 없지만(무아) 지은 업에 의하여 윤회한다’, 또는 ‘우리의 모든 행위(업)를 저장하고 있는 아뢰야식에 의하여 윤회한다’ 등 다양한 이론을 전개했지만 아직까지 학문적 종교적으로 속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아에 대한 개념을 보다 분명히 정립해 볼 필요가 있겠다. 즉 불교가 말하고 있는 무아사상을 인도철학의 아트만(자아)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집착하지 말라’는 뜻 즉 무집착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 볼 것인가?

전자의 의미로 파악할 경우 무아사상과 윤회이론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실체도 없는데 단순히 업이나 아뢰야식에 의하여 윤회한다는 것은 논리상 성립될 수 없다(아뢰야식을 어떤 것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집착하지 말라.’ ‘애착하지 말라’는 개념으로서 무아를 이해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 무아사상과 윤회설은 양자가 아무런 모순점을 드러내지 않고 충실하게 각각 별도로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구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뿌쌩, 왈폴라 라훌라 등 쟁쟁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했으며, 또한 저자 자신이 프랑스에서 오래 동안 탐구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무아 윤회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나선비구경을 근거로 부파불교시대 독자부에서 제시한 ‘푸드갈라 이론(人我)’, ‘식(識)이론(아뢰야식 연기설)’, 상속이론(업의 상속에 의하여 윤회) 등을 제시했다.

윤호진 스님은 1941년 경북 울산에서 태어나 1962년 입산, 동국대 불교학과(1969)와 동대학원(1971)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로 유학, 1981년 소로본느대학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동국대 교수로 있다가 2002년 정년 퇴임했다. 신국판, 300쪽, 1992년, 민족사 간.
윤창화 〈민족사 대표〉
changhwa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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