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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수행 정홍선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몽골에서의 사불전시회로 수행에 박차
부모 은혜 되새기며 독거 노인 보살펴


2002년 첫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을 완성하느라 눈 코 뜰새가 없었다. 아이들 준비물 챙겨주는 것을 깜빡 잊기도 하고 남편 와이셔츠 다리는 일을 잊어 아침에 허둥대기 일쑤였다. 그러니 식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회장에 걸린 작품을 보고는 내 열정을 인정한다는 듯 아이들과 남편이 환한 얼굴로 꽃다발을 건넸다. 지금은 예전처럼 그림그리는데만 몰두하지도 않지만 식구들도 나의 수행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덕에 수행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맺어주는 효자역할을 한다.

전시회는 가족들과의 화해 뿐 아니라 나에게도 크나큰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 주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 대한불교진흥원에서 개최한 몽골 탐방길에서의 전시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몽골 자나바즈라 예술박물관에서 개최한 사불전시회는 낯선땅에서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몽골인들이 부처님 그림을 보고 매우 뜨거운 반응을 보였을 때는 전법사가 된 듯한 뿌듯함이 가슴 한가득 들어찼다. 외양은 우리와 다를바 없지만 다른 말을 쓰고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부처님 앞에서 하나같이 평온함을 느끼고 자비심이 넘처나는 표정들을 보니 그 속에 내 작품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한 때 아이들과 남편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것도 엄마로서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진심을 다해 평생토록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직장생활 적당한 결혼생활에 가려져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사는 이들이 내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평생을 두고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그리는 일 말이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사불을 권했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내 딸에게 이 수행법을 권해볼 참이다. 물론 그 전에 아이가 나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하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0년 전 겨울 새벽에 일어난 화재가 나에게 고통을 준것만은 아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더 충실한 삶을 살도록 충고해 주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고민 등 나에게 많은 화두를 남겼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사불의 세계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작은 소망이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날 까지 부처님을 그리고 작은 암자라도 꾸며 갈 곳 없는 노인분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다. 어쩌면 화마로 세상을 뜬 나의 아버지에게 못다한 효도를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화란 그리고 싶다고 해서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려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한 힘에 이끌려 그려지는 것이고 완성된 불화속에서 보살도의 미소를 대할 때의 그 기쁨이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그리다 만 화선지 속의 관세음보살님이 얕은 미소로 어서 완성해 달라고 손짓해 오늘 새벽도 여전히 불보살님과 살을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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