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사랑 학교 엄범순 교사

중증 장애인의 영원한 스승

“윤회 알면‘장애’문턱 낮아져요”

기독교 장애인 학교의 유일한 불자교사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다음 생에는 꼭 건강한 정상인의 모습으로 태어날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냐구요? 이 아이들은 몸이 불편해서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살아가지만 또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봉사를 통해 선업을 쌓게 해주는 공덕을 쌓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쁜 짓을 하지 않잖아요. 사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정상인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이지 몸이 불편해 누워있는 얘들은 나쁜 짓을 할 수도 없죠. 그리고 부처님 법을 만난 인연이 있으니까요.”

경기도 광주 한사랑 학교의 엄범순 교사는 불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이 건강한 몸으로 태어날 것을 믿는 것이다.

엄범순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한사랑학교는 중증지체장애아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개신교 재단에서 출발한 사회복지법인 한국복지재단에서 세운 이 학교는 중증지체장애아를 수용하고 돌보는 한사랑 마을에서 자라는 지체장애아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영아부터 20세 미만의 청소년까지 모여있는 한사랑 마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이 설치된 한사랑 학교 이외에도 영아원과 유치원이 설치돼 있다. 마을이라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학생들을 배려해 건물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한사랑 마을이 곧 생활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증지체장애자들의 배움의 터전이자 생활 터전이고 삶의 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엄범순 교사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학교에 파라미타 지부 개설

영아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 대부분이 부모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담임 교사’의 의미는 그야말로 부모와 교사을 합친 존재이며 좁은 반경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설명해주는 눈이다.

엄 교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학교 울타리 밖의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한사랑 학교에 파라미타 지부를 만들었다. 지난해 처음 조직된 파라미타 회원은 14명. 그중 12명이 졸업하고 올해는 10명의 학생이 가입했다. 보통 학교로 생각하면 10명의 회원은 지부 유지를 위한 최소 단위밖에 안되겠지만 한 반이 6~7명으로 구성되고 유치부 2반, 초등학교 12반, 중학교는 학년별로 1학급 씩 3학급 이렇게 전체 17개 학급으로 구성된 학교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과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10명을 모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개신교 재단 학교에서 불교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엄 교사가 파라미타 한사랑 학교 지부를 만든 것은 장애아동들에게 삶에 빛이 되는 가르침과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 교사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불교의 윤회사상이다. 영원히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에는 도움 받은 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상인이 된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숫자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망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영원히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받아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죠. 내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불교가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극복 의지를 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불교를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사라는 제 직업과 연계해 보면 애들에게 이런 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지난해에는 파라미타 캠프에도 참여해 아이들이 접해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처음 텐트에서 잠도 자고 바다도 처음 보았죠. 바다의 짠맛도 보구요. 지금도 저를 보면 또 가자고 합니다.”

캠프에는 몸을 못 가누는 아이들을 위해 명성여고 불교반과 분당 선덕고 학생들이 한사람씩 짝이 되어 한사랑 학교 아이들을 도와주도록 했다. 이런 통합 교육은 불자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비불자인 일반 학생들에게 장애인 학생을 만나고 돕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해 더불어 사는 것의 가치를 심어주고 종교에 관계없이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 한사랑 학교 학생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했다.



불교계 중증장애인학교 없어 안타까워

이렇게 다른 학교 학생들과 연계활동이 가능한 것은 엄범순 교사가 전국교사불자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사랑 학교에 오기 전, 전국교사불자연합회가 생기기 전 93년에 제천에서 교사불자연합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97년에는 전국교사불자연합회 발기인이 되어 만들어 전국교사불자연합회 홍보부장 소임을 맡아보고 있다.

“청소년 포교가 중요하다면 교사들에 대한 포교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교사 포교가 바로 청소년 포교로 이어지니까요.”

개인 기도도 좋지만 불자 교사들이 먼저 공부하고 정법을 수행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한다는 그는 바쁜시간을 쪼개 교사불자회 활동뿐만 아니라 서울 둔촌동 다보학림 불교대학에서 불교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교계에서 특수 교육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장애1급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이들을 수용하고 밥만 먹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교계에는 아직 중증장애자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국가에서 보조를 받아 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장애아 부모의 아픔을 함께 하고 덜어준다면 포교는 저절로 되는 것이지요.”

포교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끌어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복지기관과 특수 학교를 만들고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다보면 불자들의 후원도 많아지고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불교 신자가 된다는 것이다. 엄범순 교사의 꿈은 교계에서 하루 빨리 장애아 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애인 기숙 학교가 생겨 많은 불자들이 함께 봉사하고 일했으면 하는 것이다.



글·사진=공선림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