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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사나 수행 방춘배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고3 때 반야심경 듣고 발심해 禪學 전공
마음 병 치료 위해 사회운동에도 관심


병들어 있는 나를 발견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병의 원인도 병명도 몰랐지만 때때로 분명하게 나타나 괴롭히는 증세로 난 심각한 병이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마음의 병, 자의식이 너무 심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큰 장애를 가져왔다. 세상은 살얼음처럼 불안하고 물속처럼 무거웠다. 무기력이 습관처럼 찾아오기 시작했다.

심란함과 억눌림 속에서 보낸 고3 시절. 이때 불교는 내게 『반야심경』과 함께 다가왔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반야심경』을 읽고 또 읽었다. 입에서 나는 큰 소리는 귀를 압도하고 마음을 압도해 잡념을 없애 주었고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는 사감선생님 몰래 『반야심경』 테이프를 듣기도 했다.

또 한창 머리에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던 시절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와 밤새 종교에 대해 논쟁했다.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부조리는 내게 기독교에 대해 차가운 비판적 관점을 갖게 했고 상대적으로 불교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그러나 젊음 때문일까. 마음의 병에 대한 고민은 때로 혈기왕성함에 눌려 모습을 감출 때가 많았다. 고민 끝에 선학(禪學)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들어간 대학시절 내 관심사는 온통 외부로 향해 있었다. 학내문제와 사회문제들에 귀를 기울였다. 선의 자유로운 정신과 대승불교의 보살사상, 파사현정의 정신은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에 유용한 무기로 쓰였다. 내부적인 마음의 병은 그대로인데 외부로 쏟아내는 에너지는 내 안의 병에 눈멀게 했다.

결국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 한편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면 할수록 자의식의 문제는 점점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럴수록 사람들과 더 함께 하려해도 그것은 썩어가는 고름을 더러운 헝겊으로 감싸는 것과 같았다. 더 깊이 곪아가고 홀로 있는 시간들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삶의 자리가 바뀌어도 나는 그림자처럼 변하지 않았다.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갔던 군대생활이 내겐 내부의 문제로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제대 후 학교에 돌아와 신청한 강의는 2학년 수업인 ‘아비달마’와 ‘인도불교의 사상과 발전’ 등 초기불교 중심의 내용이었다. 나는 무릎을 쳤다. 대학 4년을 다니고도 무심히 지나쳤던 초기불교의 내용들 속에 마음의 안과 밖을 모두 아우르는 이론과 실천, 그를 통한 해결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안다고 그래서 그 다음의 뭔가를 찾아야 하기에 지나쳤던 사성제와 팔정도, 연기라는 교리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무상, 고, 무아의 삼법인이 가슴을 울렸다. 그 속에 불교의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새로운 발견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시작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은 초기불교 수행법인 위파사나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고엔카의 『단지 바라보기만 하라』와 미얀마 찬메 사야도의 『위파사나 수행』이란 책을 통해 위파사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선배가 지도하는 위파사나 주말 수련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내면의 병과 마주칠 기회를 얻을 무렵 졸업과 함께 다시 방황이 시작됐다.


남양주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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