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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의상(義相)일까, 의상(義湘)일까

기자명 법보신문
김지견 박사, “‘湘’,‘想’은 선덕왕의 피휘”주장
양은용-해주스님, “납득할 논거 더 찾아야”반박


7∼8세기 해동 화엄학을 개창한 신라의 고승 의상(625∼702). 의상은 중국 화엄 2조인 지엄의 문하에서 수학한 뒤 귀국해 중국화엄과 다른 독창적인 한국 화엄을 완성하면서 한국불교의 사상적 기반을 확립한 인물이다. 이런 까닭에 시대를 거치는 동안 국내·외에서는 그를 가리켜 수많은 존칭(尊稱)을 따로 책정해 추앙했다. 신라 왕실이 그에게 내렸던 ‘화엄조사(華嚴祖師)’, ‘부석존자(浮石尊者)’, 고려왕실이 내린 ‘원교국사(圓敎國師)’, 중국 유학시절 그의 스승 지엄이 내린 법호(法號) ‘의지(義持)’, 존호(尊號) ‘해동신라화엄법사(海東新羅華嚴法師)’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의상의 사상과 행적을 기술한 수많은 전적(典籍)에서 정작 그의 이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게 표기함으로써 혼란을 빚어왔다. 즉 중국의 『송고승전(宋高僧傳)』과 고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등에서는 ‘義湘’으로, 신라 최치원이 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과 고려 의천이 저술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등에서는 ‘義想’으로, 또 의상의 제자인 표원이 찬(撰)한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과 고려 균여가 저술한 『일승법계도원통기』 등에서는 ‘義相’으로 표기돼 왔다. 이런 까닭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상의 이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으며 학계에서는 ‘義湘’, ‘義想’, ‘義相’을 혼용해 왔다.

그러나 한국 화엄학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지견 박사는 198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신라 의상의 본휘고」라는 논문을 통해 “의상의 본휘(本諱, 명망 있는 사람의 이름)는 ‘義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의상의 이름이 표기된 과거 전적들을 검토하고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를 정리했다. 김 박사는 우선 ‘湘’이 표기된 『송고승전』과 ‘想’으로 표기된 최치원의 『법장전』의 경우 ‘相’으로 표기된 표원의 『요결문답』, 균여의 『원통소』, 연수의 『종경록』등의 자료보다 후대의 것이라는 점을 들어 ‘湘’과 ‘想’이 본휘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표원을 시작으로 표훈 등 의상 문하의 대덕들과 고려 시대 균여, 결응, 체원을 거쳐 조선시대 김시습에 이르기까지 의상 화엄의 전통을 계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義相’으로 표기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의상의 이름은 ‘義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의상의 이름이 이처럼 혼용된 것일까.

이에 대해 김지견 박사는 “신라 선덕왕의 이름인 ‘양상(良相)’의 ‘相’을 피휘(避諱, 황제의 이름이나 성을 피해 한자를 사용하는 것)하기 위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즉 의상의 입적 78년 후 신라 37대 왕에 오른 선덕왕의 이름을 피하기 위해 『송고승전』(982년), 『법장화상전』(904년)에서 의상을 ‘義湘’, ‘義想’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논평에 나선 원광대 양은용 교수는 “『삼국유사』에서 의상을 ‘義湘’으로 표기한 것이 피휘하기 위한 것이라면 왜 같은 책에서 의상의 제자를 설명하면서 ‘상원(相源)’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김지견 박사의 주장은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지만 앞에서 말한 몇 가지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義相’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동국대 해주 스님은 박사학위 논문(신라 의상의 화엄교학연구, 1989)에서 “‘義相’이 중국 지엄에게서 받은 이름이라면 의상이 중국에 가기 전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밝혀야 김지견 박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며 “현재 의상의 이름이 ‘義湘’으로 통용되고 있는 만큼 ‘義相’으로 바꾸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義湘’을 고집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의상의 이름을 ‘義相’으로 표기하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명확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해주 스님, 양은용 교수 등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밝혀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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