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 무아-윤회 양립할 수 있나 上

기자명 법보신문
호진 스님 “상호 모순… 양립 될 수 없다”주장
이중표 등 “서로 다른 차원… 모순 아니다”반박


모든 존재는 다섯 요소들의 집합에 불과하며 거기에는 고정 불변의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불교 근본 가르침 중에 하나인 무아설. 그럼에도 불교는 ‘모든 존재는 업에 대한 과보를 받고 이에 따라 윤회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음에도 윤회하는 그 주체는 무엇일까?

무아와 윤회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면 이처럼 상호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른바 무아-윤회 모순은 오랜동안 불교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이는 부처님의 무아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주체가 부정되고, 윤회설을 수용할 경우 주체가 필연적으로 전제되는 사실에서 오는 두 이론체계 사이의 모순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500여년전 불교가 인도에서 성립될 당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아-윤회논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무아-윤회논쟁은 한국불교학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무아-윤회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동국대 교수 호진 스님은 1992년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민족사)에서 “무아이론과 윤회 이론은 서로 모순됨을 가지고 있어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윤회의 주체를 인정하는 것은 실체적인 자아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아-윤회설은 서로 양립할 수 없지만 불교는 이 두 이론 중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었다”며 “이런 이유로 부처님 이후 불교사상가들은 두 이론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호진 스님에 따르면 무아 이론은 불교의 핵심 교리로서 고유한 것이지만 윤회이론은 바깥에서 도입된 것으로 두 이론은 불교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 이후 불교사상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이념을 모색했고 무아설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윤회설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이념 구축을 시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스님의 주장은 다른 불교학자들에 의해 즉각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전남대 이중표 교수는 호진 스님의 쓴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에 대한 서평(선우도량 5)에서 “무아와 윤회를 모순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이 둘을 동일 차원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불교 교리상 무아와 윤회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기 때문에 전혀 모순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어떤 개념이 모순 관계가 되는 것은 동일한 차원 또는 동일한 시공이라는 조건 아래서만 성립한다”며 “그러나 윤회는 생사의 세계, 즉 세간(世間)의 차원에 있고, 무아는 열반의 세계, 즉 출세간(出世間)의 차원에 있기 때문에 이 둘은 모순관계가 성립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동국대 정승석 교수도 “무아와 윤회설을 서로 모순된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이 두 이론은 서로 양립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호진 스님의 주장을 일축했다.
정 교수는 「무아와 윤회의 양립문제」(인도철학 4호, 1994)에서 “불교에서 윤회는 연기적인 세계의 생성, 변화과정을 통해 윤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我)’라는 주체를 설정되지 않더라도 윤회가 가능하다”며 “따라서 무아-윤회설이 모순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범부들의 착각과 집착으로 만들어낸 ‘나’라는 주체의 설정으로 인해 윤회의 주체를 상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두 이론이 모순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불교에서는 ‘나’는 부정되고 윤회는 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결국 불교에서 무아-윤회설은 그 취의가 동일하며, 이런 의미에서 두 이론은 양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1990년대 학계에서 진행됐던 무아-윤회 논쟁은 서로 모순될 수 없다는 견해로 통일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울산대 김진 교수가 “불교의 무아-윤회이론은 서로 양립될 수 없는 모순”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권오영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