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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아-윤회 양립할 수 있나 中

기자명 법보신문
김진, “상호 모순…칸트 요청이론 도입해야” 주장
한자경, “기독교 중심 자아관서 출발한 발상” 반박


90년대 불교학자들간에 진행됐던 무아-윤회 논쟁은 2000년대 들어 칸트 등 서양철학을 전공한 울산대 김진 교수의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면서 철학전공자들간의 주장과 반박으로 이어졌다.

울산대 김진 교수는 서양철학자 칸트의 사상과 불교 사상을 비교한 『칸트와 불교』(2000년, 철학과 현실사)라는 책을 통해 “무아-윤회설은 모두 불교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교리로서 두 가지 모두를 내세울 경우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불교의 십이인연설은 윤회설에 기초한 것이며, 윤회적 주체의 탄생과 성장,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이 분명하게 태어나는 이가 있고 그가 살아서 죽다가 다시 어떤 특정한 누군가로 태어난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설과는 상호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석가가 자신의 전생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낸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불교에서의 연기적 주체는 의식의 통일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특정한 인격체의 행위사실에 대한 책임이 인과론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불교 스스로 무아설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결국 무아-윤회설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칸트가 도덕적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신의 존재를 요청했던 것처럼 ‘참된 자아’를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는 김진 교수의 『칸트와 불교』의 서평(「오늘의 동양사상」제4호)에서 “김 교수가 칸트의 요청이론을 통해 불교의 무아-윤회설의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기독교와 불교에서 인식하는 인간에 대한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며 “기독교적 사유에서 인간은 그 인식에 있어 유한하게 한계 지워진 존재이기 때문에 범부가 생각할 수 없는 그 한계 밖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신이 도입돼야 하지만 불교는 인간의 인식이 무한하기 때문에 또 다른 존재인 신을 요청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불교의 무아론적 윤회론의 핵심은 현상적 자아의 연속성과 행위의 책임성, 나아가 윤회주체의 연속성조차도 실체적 자아의 자기 동일성을 전제할 필요 없이, 연기적 인과 연속성만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의 비판에 다시 반론에 나선 김진 교수는 2001년 『철학비평』(6호)를 통해 “자기동일성을 가진 주체 없이 윤회가 가능하다는 것은 희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무아설을 절대적으로 해석할 경우 ‘업의 상속’이나 ‘업력의 상속’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게 됨에도 찰나적 존재에 의한 업의 상속으로 윤회가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찰나적인 것들이 그 이전의 찰나적인 것들로부터 업을 이을 수 있으며, 그 이후의 찰나적인 것들에게 다시 업을 넘겨줄 수 있는가”라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자경 교수는 「오늘의 동양사상」(5호)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적 존재는 한 찰나에 생하고, 그 다음 찰나에 멸하는 것으로 멸한다는 것은 곧 작용력(업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자기 과(보)를 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것이 멸하면서 동시에 그 힘에 의해 그 다음 것이 생하므로 찰나적 존재이면서 업보 또는 인과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결국 윤회도 업과 보의 관계로 연속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두 학자의 주장과 반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두 학자는 2002년 10월 본지의 지면을 빌려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끝없는 논쟁을 계속했다.

두 철학자가 무아-윤회설을 두고 논쟁을 계속하자 2003년 철학지 「오늘의 동양사상」은 ‘무아와 윤회에 대한 논쟁’을 특집으로 다루며 철학계 전반으로 논쟁의 불씨를 확대시켜 나갔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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