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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아-윤회 양립할 수 있나 下

기자명 법보신문
조성택 등, “모순 지적은 불교 왜곡” 비판
김진, “지나친 교조주의적 입장” 반박



김진 교수와 한자경 교수의 주장과 반박이 팽팽하게 진행되던 무아-윤회 논쟁은 2003년 철학잡지 「오늘의 동양사상」이 무아-윤회 논쟁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철학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고려대 조성택 교수를 비롯해 동국대 최인숙 교수, 서울대 김종욱 박사 등이 새로운 논객으로 참가한 「오늘의 동양사상」에서 학자들은 “무아-윤회가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교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김진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고려대 조성택 교수는「불교에 있어 이론과 실천수행」이라는 논문에서 “김진 교수의 문제 제기는 근본적으로 불교에 있어 ‘이론과 실천 수행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 철학의 이성 중심주의에서 불교를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불교의 교리들은 단지 이성적 사유의 산물이 아니라 선정과 삼매라는 수행을 통해 만들어진 초월적 경험의 산물이라는 점을 김 교수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라고 하는 것이 관념에 불과한 ‘무아’임을 확인하는 것은 오로지 ‘깨달음의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깨달음의 경험으로서만 궁극적으로 논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을 두고 ‘모순이다’, ‘아니다’라고 논쟁하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종욱 박사도 「이원성과 비이원성의 구조에서 본 자아의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김진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논문에서 “김진 교수가 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불교에서도 ‘참된 자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상과 본체에 대해 이원성이라고 인식하는 칸트 철학의 특징과 비이원성이라고 인식하는 불교간의 근본적 차이를 무시한 채, 칸트식의 방법론을 가지고 불교를 해석하려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윤회를 위해서는 자아동일성이 요청돼야 한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찰나적이면서도 업과 보의 관계가 연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흐르는 강물이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듯 불교의 윤회도 자기 동일체 없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동국대 최인숙 교수도 이 두 학자의 주장에 동조하며 김진 교수의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무아-윤회 양립설에 대한 해석」이라는 논문에서 “김진 교수가 불교의 자아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윤회하기 위해서는 실제적 자아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독교적 사고의 발상”이라고 지적한 뒤 “불교의 자아는 ‘색수상행식’이라는 것이 인연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무아’이며 윤회는 업의 상속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교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대대적인 공세를 받은 김진 교수는 2004년 10월 한남대에서 열린 한국철학자대회에서 「서구적 불교해석의 유사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자신의 반론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자신의 논문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학자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교조적”이라며 “이런 태도는 오히려 개방성과 포용성을 특징으로 하는 불교의 해석적 지평을 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교의 무아설은 모든 가능한 주체의 설정을 부정하는 반면 윤회설은 수행 주체의 계속성, 연속성, 자기수행성, 자기 동일성을 요구하고 있어 이 둘은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무아와 윤회가 동시에 성립되기 위해서는 자기 동일성을 가진 주체의 요청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불교의 핵심교리인 무아와 윤회. 불교적 시각에서 보면 이 둘은 서로 모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양철학을 전공한 학자, 그리고 불교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일반 대중들에게 무아와 윤회는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는 이론일 수 있다. 논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무아와 윤회를 모든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불교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서둘러 나오기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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