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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관계를 맺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우선 과거를 완전히 놓아야 한다
과거 개입되지 않으면 시비도 사라져


삶이란 관계다. 관계의 끊임없는 연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참된 관계란 과연 얼마나 되는가. 과연 참된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한가. 참된 ‘관계’란 ‘나’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며, 과거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생각이나 관념이 개입되지 않은 관계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철저히 계산되어 있다. 언제나 ‘나’라는 이기가 내제되어 있다. 관계를 맺을 때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될 것인가’ 를 먼저 따지곤 한다. 만약 ‘나’라는 상 없이 상대와 관계를 맺게 된다면 우리는 평등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좋은 사람, 미운 사람이라거나, 능력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라거나 하는 등의 그 어떤 분별도 없이 오직 동체대비의 평등한 관계만이 순수하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나라는 울타리가 걷어졌을 때 나와 상대라는 차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참되게 상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완전히 과거를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를 개입시킨다는 것은 이미 상대에 대한 그 어떤 과거로부터 만들어진 관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에게 다가선다는 의미이다. 과거에 나와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진 사람을 지금에 다시 만나게 되면 우리 안에는 곧장 과거가 개입됨으로써 그 사람은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또 나에게 잘 해 준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좋은 느낌과 기억을 전제해 두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근원적이지 못하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과거의 그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오직 지금은 전혀 새로운 ‘지금 이 순간의 그대’만이 있을 뿐이다. 과거의 잣대나 기억, 생각, 판단 등을 가지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지 말라. 그것은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치는 일이다. 그것은 전혀 상대의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는 일이다.

그렇게 과거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와 관계를 맺게 될 때, 또한 ‘나’라는 이기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와 인연을 맺게 될 때, 우린 상대에 대해 그 어떤 관념도 편견도 생각도 분별도 차별도 갖지 않게 될 수 있다. 그 어떤 시비 분별도 없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그렇듯 참된 관계로써 상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 속에서의 관(觀)수행이며, 관계 속의 명상이다. 그랬을 때 나와 상대는 둘로 나뉘지 않는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된다. ‘나’라는 울타리가 걷어지고, ‘과거’라는 얽매임의 틀에서 호젓하게 빠져나와 시간과 공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채 나와 상대라는 분별을 넘어섰기 때문에 그는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참된 관계라는 것은 ‘나’라는, 또 ‘과거’라는 것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관계다. ‘나’와 ‘과거’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시비나 분별, 생각이나 판단도 완전히 멈추고 만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라. 나는 과연 인간 관계를 맺을 때, 얼마만큼 ‘나’라는 이기와 아상을 버리고 다가서는가. 얼마만큼 ‘과거’의 잣대를 버린 채 ‘지금 이 순간’으로써 상대를 만나고 있는가. 얼마만큼 텅 빈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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