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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회병리현상으로서 자살 : 인터넷의 역기능

기자명 법보신문
사이버 폭력 여과없이 현실에 적용2005년 10월 1일 부산 K중학교 교실에서 홍(14)군이 만화책을 함께 보던 친구 최(14)군과 사소한 시비 끝에 가슴과 얼굴 등을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최군과 홍군은 2~3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에 학급문고에 있는 만화책을 함께 보다 책장을 빨리 넘긴다는 이유 등으로 티격태격 다퉜다. 당시 홍군으로부터 핀잔을 들은 최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홍군의 가슴과 얼굴 등을 때려 넘어뜨리고 발길질까지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최군은 주위에 있던 의자까지 집어 던졌고, 홍군은 현장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주위에 있던 같은 반 친구들조차 말릴 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을 잃고 입원치료를 받던 홍군이 5일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가해자 최군의 개인정보와 사진 등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미니홈피,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올렸다. 사이트와 홈피, 블로그 등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에 대한 풍자 패러디(사진)까지 등장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넌 죽어야 해. 니가 죽었으면 좋겠어” “왜 자살 안 해? 궁금하다” “서울시청 앞 토요일 7시 모두 함께 합시다” “넌 사회에서 매장 당해야 돼” 인터넷 포털 다음과 네이버의 게시판 등에는 ‘K중학교 살인 사건’ ‘살인마 최군’ 등 수천건의 글이 올랐으며, 최군의 실명, 사진 및 전화번호 등도 유출됐다. 최군을 비난하는 댓글도 경쟁적으로 올라 이미 수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최군의 학교 홈페이지와 개인 미니홈피에도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마비되다시피 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10대들이 사이버 공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여러 형태의 탈선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이를 막을 장치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여자아이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13세 소년 S군(중학교 1학년)의 범행 역시 인터넷이 동기가 됐다. 친구들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본 포르노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외웠다. 어린이집 여자아이들에게 상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욕구를 풀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으로 자기몰입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의 충동성, 공격성 문화에 젖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건은 앞으로 심각하게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지금 네티즌들은 익명성의 보호막 아래서 무차별적으로 언어폭력을 토해내고 있다. 쾌락과 향락은 물론 자살유혹 등 극단을 서슴없이 추구하기도 한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하고 내밀한 정보를 서슴없이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인 x파일’ ‘개똥녀 사건’ ‘GP에서 수류탄을 투척한 김 일병 가족에 대한 사이버 테러’ 등 익명성을 통한 인터넷 댓글의 폭력은 이미 명예훼손의 차원을 넘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과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무차별적으로 욕설을 해대고 흑백논리로 편을 가르는 마녀사냥식 집단공격이 사이버 공간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더구나 6세에서 19세 연령의 인터넷 이용률은 97.7%로 사이버 공간은 우리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므로, 현재와 같은 역기능 폐해의 대상은 주로 청소년 계층이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외면한 채 청소년들을 사이버 공간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욕설과 비방, 사이버 폭력 등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아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인터넷 만능시대의 요즈음 아이들 넷키즈(Netkids)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사이버 세상은 위험투성이다. 인터넷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최첨단 문명의 그늘에서 탈선과 일탈을 유혹하는 함정이 도처에 널려있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사용인구가 확대될수록,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독버섯처럼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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