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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불심이 세계 불교를 이끈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6.01.12 10:00
  • 댓글 0

특별기고-서구의 불교와 여성

여성 불자들의 신심은 불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불교를 지켜온 커다란 원동력이었다. 여성들의 깊은 종교적 성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를 지탱시켜온 커다란 원력으로 기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여성 불자들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지난주 독일불교연합회 바이라말라 회장 인터뷰를 소개한 조계종 국제교류위원이자 발틱연구소 소장인 이동호 박사가 서구 여성 불자들의 현황에 관한 내용을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유럽불교연합 여성들이 잇단 대표
유럽내 불자비율 女 60%-男 40%
서구출신 비구니 활발한 활동 전개


가끔 수백명의 청중 앞에서 강연할 때가 있다. 주로 세계화와 인드라망으로 얽힌 정보·통신 시대 속의 개인, 회사, 공공기관 등 대응 전략에 대해서다. 주제에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지지만 뭔가 보호막이 없는 냉혹한 경쟁 구도를 암시하는 긴장감이 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소중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남성들은 강연을 시작한 지 약 10여 분이 지나면 대개가 졸음 속에 빠져든다. 한국 사회를 받치고 있는 중추 세력인 이들 남성들이 자신들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주제의 강의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20대~30대 여자들은 갈수록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가 하면, 강연의 내용에 따라 웃거나 박수로 호응하기도 한다. 물론 여성들 가운데서도 40대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질문의 형태도 다양하다. 한가지 흠이라면 자녀의 외국어 교육과 유학에 대한 질문이 많다는 것이지만….

그런데 50대 남성들과 달리 30~40대 남성들은 듣기만 할 뿐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이보다 좀 더 젊은 20대 남자들은 30대 여자들처럼 조금 반응을 보이며, 가끔 질문도 한다.

이런 차이점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자 처음에는 남자 강사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 호감을 가지고 강연을 듣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심리학을 공부한 친구를 만나 내 강연에 대한 남녀 반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내 즐거운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구의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심리적으로 나이든 남자는 새로운 변화에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짙고, 젊은 여성일수록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여기에 적응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족쇄를 풀고, 남녀 양성의 평등한 기반을 만들어 간다면 어떤 의미에서 여성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남성을 능가하리라는 생각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여성들 종교적 성향 더 강해

이런 이유에서일까? 2000년대 들어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런 변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에 첫 여성 회장인 김의정 씨가 만장일치로 선출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바야흐로 불교계에도 여성 불자들의 활약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불교는 신도수의 절대 다수를 할머니, 어머니 등 여성불자들이 점유하고 있다. 사찰, 암자, 선원 등의 신도회장도 대개의 경우 여성들이 맡고 있으며, 이들의 모성적인 본능은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서울에서 ‘사캬디타 세계대회’가 전국 비구니회 주관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수적으로 이미 비구 스님들을 넘어선 비구니 스님들이 ‘부처님의 딸들’이란 뜻의 사캬디타 세계대회를 주도적으로 열어 한국 불교 속의 비구니의 전통, 특징, 그리고 역할을 세계인들에게 알렸던 것이다.

조금씩 일고 있는 한국 사회 내의 양성 평등의 흐름과는 달리 서유럽에서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우리와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비교할 바가 아니다.

특히 불교를 놓고 보자면 서구에 불교가 전해진 17세기 초 이후 초기단계를 거쳐 21세기 오늘날에는 대중화·유럽화한 불교에 여성들은 이미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국가의 다양한 불교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불교연합 (European Buddhist Union)’의 연차총회가 폴란드의 슈체친(Szczecin)에서 개최됐다. 1992년 독일이 통일되고 처음으로 구 동독지역인 동베를린에서 유럽연합불교도대회가 열린 이후, 13년 만에 다시 구 동유럽에서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폴란드와 독일의 국경도시 슈체친의 불교단체인 ‘불교 포교회 - 삼귀의’의 주최 로 3일간의 회의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들은 2006년 9월 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폴란드는 열반하신 숭산 행원 스님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공덕을 들여 포교를 했던 곳이다. 유럽불교연합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3년간 회장으로 활동했던 이탈리아불교연합(UBI)의 마리아 안젤라 팔라 (Dr. Maria Angela Fala) 여사의 뒤를 이어 다시 여성인 프랑스의 끌로딘 쉬노다 (Claudine Shinoda) 여사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유럽 불교계에서 여성들의 깊은 신심과 헌신적인 봉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불교 신자가 많은 독일에도 ‘독일 불교 연합 ( DBU )’의 대표자로 여성 불자인 바이라말라 (Vajramala) 법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봉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 20세기, 서구에 불교를 뿌리 내리는데 큰 기여를 한 1세대 서양인 비구니 스님 프랑스의 알렉산드라 다비드-네엘(Alexandra David-Neel)이나, 독일의 아야 케마(Ayya Khema)의 뒤를 잇는 신심 깊은 불자들이다.

유럽에는 수많은 불교 단체, 선 센타 등이 있으며, 누구나 불교 교리와 경전 공부, 선 수행을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보면 여성 불자가 60%, 남성불자 40%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20%정도 더 많다. 이러한 불자 구성에서도 여성들의 적극적이며 개방적인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불교계간지「샴발라선」은 2005년 여름호에서‘미국 여성들의 불교’를 특집으로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불교 지도자와 수행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과 소수의 서양인 여성들이 세계 불교여성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미국 불교의 제2세대를 양성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미국 여성들의 불교는 더 이상 페미니즘의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불교여성 지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서구의 불교 페미니즘은 서양의 여성학자나 서구 출신 비구니들을 통해 동양으로 역수입되어 여성출가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비구니 계맥복원운동의 이정표가 되고 있으며, 또한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서도 여성불자 두드러져

여성 불자들의 힘이 불교를 지탱하는 뿌리라는 것은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변함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제2의 신도 내지 단순 수행자’라는 위치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는 동양뿐 아니라 차이는 있지만 서구 불교계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리타 그로스 교수는 「샴발라선」에서 “불교의 가부장적 제도가 단기간 내에 미국사회에서 호전됐다고 믿는 것은 아주 순진한 발상”이라며 “긴 역사를 통해 꾸준히 내려온 불교의 가부장적 구조는 앞으로도 미국 불자들이 직면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여전히 불교에는 여성에게 아주 불리한, 남성 중심주의적 요소들이 광범하게 내포돼 있지만 지난 30년간 세계적으로 불교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서양 불자들 중에서는 다수의 여성들이 법을 이은 스승들로 인정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들을 일어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전통적인 성차별주의나 남성 중심의 관례들이 아니라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여성 평등이라는 가치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페미니즘 동양 역수입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수행하는데 성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모자란 중생의 눈에도 그래도 이런 현상이 사회 변화의 좋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강연하면서 느끼는 여성 청중들의 호응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어찌 보면 우리 인간은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법을 배우다 속세의 유한한 삶을 마감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동호 발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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