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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그렇게 우습나?

기자명 김민경

세간의 눈을 모으기 위해 막사이사이상의 의미를 더렵혀서야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고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축하모임을 가진, 법륜 스님을 따르는 불자들은 지난 11일자 중앙일보의 종교면을 보고 경악했다. 그리 크지 않은 기사였지만 기사의 제목이 '막사이사이상 수상자가 무자격 스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일 열린 법륜 스님의 수상 축하연에 조계종 관계자의 모습이 안보였고 그 이유는 법륜 스님의 승적문제 때문"이라는 요지의 기사였다. 그와 같은 내용의 기사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에서도 무슨 공식처럼 '발견'되었다.

조계종 소속 스님 아래로 출가한 스님, 즉 같은 종단의 스님이 세계적인 지명도의 상을 탔는데 종단 관계자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이의 말대로 '기자의 눈'에는 제법 흥미를 일으키는 '재료'일 것이다. 그런데 기사라는 것은 그것이 어떤 내용을 가졌든 소정의 목적과 효과가 기대되는 법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건과 사실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기사화 되는 것은 여론화 할 만한 가치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법륜 스님의 승적 문제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들이 전달하려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기사들은 이 대목에서, '종단은 좀 더 아량을 보이고, 법륜 스님도 지혜롭게 처신하여 종단과의 불편함을 떨쳐 버리라'고 권하며 그 목적을 밝힌다. 얼마나 친절한 주문인지. 우리 집의 열살짜리 아들도 제시 할 수 있는 해답을 쓰느라 '막사이사이상을 탄 스님은 무승적자이며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그렇다고 그런 훌륭한 스님도 끌어안지 않는 속 좁은 집단'으로 묘사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하고 많은 종교와 관련하여 쓸 것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법륜 스님이 스님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조계종단의 승적을 얻는 문제에 그토록 무심한 이유를 모른다. 훌륭한 분이신 만큼 나 같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 특별한 이데올로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내심 기대를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종단으로서는, 1만 2천명에 이르는 스님들의 승적을 원만하게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여러 가지 관련 사안을 십분 고려하여 결국 축하연에 달려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은 '일간지' 기자들이 왜 그런 '나름의 입장'들을 '무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랜 세월을 묵묵히,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수모와 희생을 감수해가며 불교사회화 운동을 이끌었던 스님의 지난 세월을 봐서라도 충분히 피해 갈 수 있는 기사를 그처럼 무신경하게 다루는 자세들 속에는 어떤 굳건한 벽 마저 느껴진다. 일간지 기자들의 눈에는 불교인과 불교집단이 그렇게도 우습게 보이는가 싶기도 하고 또 그런 거라면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다른 출입처와 달리 종교계는 일단 '보호 할 가치가 있는 정신문화'라는 시각 아래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불교를 포함한 종교집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그 속에서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그 안에서 施恩을 받아먹고 살고 있다고 해서 보는 눈이 없고 머리가 없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본질적인 문제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시기를 기다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세간 일반의 지식에 근거하여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마구잡이로 재단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없다.

큰스님의 법거량을 '추태' 정도로만 이해하기 일쑤인 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일간지 기자'와의 친분을 무슨 큰 힘이나 되는 듯 여기는 일부 스님들의 행태가 오늘과 같은 결과를 불렀다면 뭐, 할 말이 없기는 하다.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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