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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律 어찌하오리까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6.02.20 18:00
  • 댓글 0
이자랑 박사, 한국불교학회서 율 문제점 지적
“수결-정법통해 현대에 맞는 재해석 필요”주장


<사진설명>한국불교학회는 2월 11~12일 내소사에서 ‘계율과 현대사회’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율장(律藏)에 의하면 스님은 자동차를 타는 것은 물론, 음악을 듣거나 무용을 보아서도 안 된다. 특히 비구 스님의 경우 여성의 손을 잡거나 서서 소변을 보는 것조차 금지시키고 있다. 이처럼 율장 곳곳에는 현대사회에서 적용할 수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조문이 너무나 많다. 이렇다보니 한국불교계에서는 율장에 나와 있는 조문을 지키는 것이 율사들의 몫으로만 여겨지거나, 이를 어겼다고 해서 출가자로서 계를 지키지 못했다는 의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11~12일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가 부안 내소사에서 ‘계율과 현대사회’라는 주제로 개최한 동계워크숍에서는 이처럼 오늘날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율장의 일부 조항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새롭게 추가 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도쿄대 외국인특별연구원 이자랑 박사는「율장을 통해 본 승단과 현대사회의 조화」라는 논문을 통해 “율을 처음 제정한 부처님 당시와 현대사회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고, 일반사회가 안고 있는 가치관도 다르다”며 “현대사회에 맞게 율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오늘날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계와 율은 엄격히 다른 것으로, 계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경장은 부처님이 깨달음의 체험을 기반으로 설해진 절대적이고 불변의 진리인 반면, 율장은 승단이라는 특수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규칙을 모아 놓은 법률서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불변의 진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율 제정의 근본 목적을 ‘승단을 잘 운영하기 위함’으로 삼았던 부처님도 율 제정 당시 일반사회의 승단에 대한 평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율을 수정하거나 보완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율은 절대로 재해석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변화에 따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율의 정신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이다.

이 박사는 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불교승단 역시 율을 제정한 붓다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 사회가 제시하는 상식 속에서 다시 한 번 일반사회와 적절한 조화를 도모할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이 때에는 반드시 율을 확대해석하는 정법과 본래의 율 조문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에 맞는 규정을 추가하는 수결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한국 불교계에서 출가 스님들이 차례로 받는 구족계와 보살계가 사상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달라 양립할 수 없음에도 한국 승단에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소승계와 대승계의 양립에 관한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불교 승단에서는 『사분율』에 근거한 구족계를 먼저 받고, 이후 다시『범망경』에 근거한 보살계를 받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며 “하지만 계에 대한 인식자체가 틀리고 추구하는 바도 다른 계를 차례로 받는 것은 스스로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철저하게 계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소승의 구족계와 달리 대승의 보살계는 설령 계를 어겼다고 해도 그것이 중생을 위한 것이었다면 선행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기 때문에 이 둘은 출발점부터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물에 빠진 여인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면 대승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선행이 될 수 있지만, 구족계의 경우 마촉여인계(摩觸女人戒 어떠한 경우도 여인의 피부를 접촉해서는 안 됨)를 어긴 것이 된다. 더 나아가 대승의 관점에서는 중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생도 가능하지만, 소승은 어떤 경우라도 살생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성 스님은 “대승의 보살계는 이상적인 ‘계’일 뿐 엄격한 도덕적 행동규칙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요소들을 갖고 있다”며 “조계종이 청정 승단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보살계를 버리고, 구족계의 정신으로 돌아가 보다 철저하게 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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