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 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인터넷의 보급으로 공적인 공간이 확대되는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이메일이나 휴대전화가 사적 공간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공간을 중개하는 것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진부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대화의 논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2500년 전의 부처님은 일찍이 대화에서의 문제점을 깨닫고 진리를 수호하는 다섯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바라드와자여, 만약 사람이 상태를 분석한다면, ‘이와 같이 나는 상태를 분석한다’라고 말하고,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진리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바라드와자여,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리가 수호되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리를 수호합니다. 이와 같이 나는 진리의 수호에 관해 말합니다.
바라드와자여, 만약 사람이 견해를 이해한다면, ‘이와 같이 나는 견해를 이해한다’라고 말하고,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진리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바라드와자여,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리가 수호되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리를 수호합니다. 이와 같이 나는 진리의 수호에 관해 말합니다. 『맛지마니까야』
우리가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를 반성하고 성찰해보면, 우리의 일상적 대화가 대부분 진리를 수호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엄청난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는 허구적인 이데올로기 속에서 속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 상태에 대한 분석의 오류: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연과학적 분석의 오류는 미세한 차이의 무시, 확률에 대한 오해, 대상에 대한 그릇된 유추, 미끄러운 비탈길의 함몰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부인：그 사람 돈 빌려주면 안 되요.
남편：10만원인데 뭐.
부인：10만원 빌려주면 다음엔 100만원 빌려달라고 할 게 분명해요.
2) 견해에 대한 이해의 오류: 견해는 선입관의 오류, 원칙의 오용에서부터 넓게는 종교의 차이나 이데올로기의 오류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도시출신이 지방출신보다 우수하다든가 부유한 것을 윤리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것으로 여긴다던가 하는 것들도 여기에 속한다.
매표원：이 영화는 20세 이하는 볼 수 없습니다.
부부：아니 우리가 미성년으로 보이나요?
판매원：아이가 아직 어리잖아요.
부부：우리 아이는 막 백일이 지났는데 뭘 알겠어요.
매표원：갓난아기도 미성년자에요.
A：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야.
B：그 사람 돈 많이 번 것 말고 특별한 것이 있나. 뒤로 한건 했겠지.
C：그 사람이 어딘가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저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위와 같은 세가지 대화의 진술에서 오류가 일어나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태를 분석한다면, ‘이와 같이 나는 상태를 분석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견해를 이해한다면, ‘이와 같이 나는 견해를 이해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화의 언로는 결코 닫히지 않는다. 열린 대화의 마당에서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