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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의 사상과 현대

기자명 법보신문
무애가는 민중의 괴로운 마음 치유
세상 초탈하기 위해 무애법 익혀야


7세기 원효대사는 천촌만락을 누비면서 소성(小性.小姓)거사라는 이름으로 민중들에게 무애가(無碍歌)를 가르쳤다고 한다. 전란의 시절을 살았던 대사는 어렵사리 살던 민중들에게 구원의 희망을 보시하기 위하여 그들의 마음을 편안케 하는 관세음보살의 대비심으로 다가갔다.

그가 가르친 무애가는 전란으로 인한 상처의 괴로움을 치유하는 길을 가르쳐준 것이겠다. 괴로운 마음을 털어 버리게 하는 길이 무애의 길이다. 그렇다. 인생은 결국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방편의 문제와 직결된다. 방편을 잘 활용하여 행복에 이르는 길이 지혜가 아닌가?

대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그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에 유학 가는 도중에 무덤에서 잠을 잔 다음 유학을 포기케 한 깨달음의 오도송과 연결된다.

“삼계는 오직 마음이요, 만법은 오직 마음의 인식이므로 마음밖에 따로 법이 없구나.”

이 구절은 어찌 대사가 처음으로 읊은 것이겠는가? 전부터 다 알고 있었던 불법인데, 그 순간에 그는 그가 알고있었던 불법의 진의를 체득했고 계합했다. 체득한 것은 자기 것으로 완전히 용해한 것을 뜻하고, 계합한 것은 그 체득된 것이 자기의 진리로 변한 것을 말한다. 마음의 진리가 대사의 진리로 계합한 다음에는 그 진리를 만인에게 회향하는 것만이 남는 것이 아닌가? 대사에게 계합한 마음의 진리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그 동안 세상에서 그토록 강조돼 왔던 세계의 혁명에 대한 마음의 혁명이고, 소유론적 혁명에 대한 존재론적 혁명이며, 출세간법에 기초하지 않는 모든 세간법적 경영방식의 업장을 지적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부조리한 바깥 세계를 혁파하려는 지성과 의지를 다져온 역사라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세계를 더 편리하고 정의스럽게 만들려는 능위적 사고방식이 인류의 혁명적 이념이었다. 그러나 편리는 마음에 끝없는 탐욕을 낳고, 정의는 불의를 미워하는 형식적 독선만을 낳아 편리와 정의가 세상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는 자각을 인류가 깨닫기 시작했다.

편리와 정의는 각각 편리에 집착하는 아집과 정의를 우상화하는 법집에 마음이 점령당한 소유론적 진리의 소견과 다르지 않다.

마음이 소유론적 진리관에서 존재론적 진리관으로 전향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대사의 가르침이겠다. 이것이 마음의 혁명이다. 마음의 혁명은 의식이 세상을 장악하려는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마음이 세상의 여여한 필연의 법에 순응하려는 자세를 말한다. 존재론적 혁명은 세상을 본디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있게 하는 혁명이다.

그러기 위하여 세상을 우선 초탈하는 출세간의 무애법을 익혀야 한다. 존재론은 소유론적 세간의 습기를 녹이기 위하여 소유를 초탈하는 출세간의 길을 간다.

그래야만 세간의 일체를 편견없이 사실 그대로 읽는 원융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출세간은 소유의식을 녹이기 위한 길이고, 그 길의 토대 위에서 세간의 일체 존재가 훼손되지 않고 마음에 나타난다. 그 때에 세간의 일체는 편리도 정의도 아닌 요익(饒益)으로 보인다. 요익은 경제성과 도덕성을 다 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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