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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그대’의 진리

기자명 법보신문
타자 돕는 마음의 탈자 운동 필요
기도는 마음 비워 아상 지우는 수행


불기2550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 본다. 마명보살과 원효대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심(一心)으로 읽었다.

일심은 인간중심의 마음이 아니라 우주법계가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주법계 안에 존재하는 일체의 삼라만상이 다 마음들이다. 마음은 욕망과 동의어로서 일체는 탈자적인 타자지향적 기(氣)의 운동에 다름 아니다. 생멸계의 모든 삼라만상은 두 가지의 욕망을 동시에 띠고 있다. 타자를 소유하려는 탐욕의 탈자운동과 존재론적 욕망으로서 타자가 존재하게끔 도와주는 원력의 탈자운동이 그 두 가지다.

부처님이 가르친 법은 전체 우주의 필연성처럼 우주의 삼라만상이 서로 존재론적으로 타자의 존재를 도와주는 마음의 탈자운동을 인간들이 익혀야만 대우주가 모두 평온하고 중생들이 고통을 여의고 복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들은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됨으로써 자연의 존재론적인 마음법을 잊어버리고 소유의 사회적 마음법인 탐욕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인간의 번뇌가 치성하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법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저 자연법인 필연성을 익혀 사회생활의 무거운 업장을 지우지 않으면, 인간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말씀해주신 것이다. 부처님의 법은 아상중심의 생각, 인간중심의 이기심을 여의고, 자연의 필연성을 보고 깨닫고 그것에 계합함으로써 얻는 무한자유를 말한다.

현대철학은 이런 부처님의 법을 아상중심적인 ‘나’와 인간중심적인 ‘우리’의 말이 아닌, 심인칭 중성대명사인 ‘그것’의 말이라 부른다. 일심은 물활론적으로 우주가 하나의 마음인 ‘그것’에 다름 아니겠다. 인간은 불변적인 법으로서의 ‘그것’의 말에 귀기울이고 거기에 순응하는 도(道)를 닦아야 한다.

도처에 우주가 ‘그것’의 말을 말하고 있는데, 인간의 아상적, 인간중심적 탐욕이 그것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불자로서 부처님을 진리의 님으로 경배한다. 우주의 일심법이 내 마음의 불성으로 치환하면, ‘그것’의 법이 곧 ‘그대’의 님으로 바뀐다. ‘그것’의 법이 지혜를 부르고, ‘그대’의 님이 기도로 이끈다. 불법이 ‘그것’이라 하여 객관적 세계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진리를 인간중심적 이기주의로 생각하려는 것을 차단하는 필연성을 뜻한다. 기도가 ‘그대’로서의 님과 하나되려는 사랑이라 하여 소유론적 애욕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애욕은 탐욕의 낭만적 꾸밈일 뿐이다. 그리고 기도는 더 많은 소유를 요구하는 갈애가 아니다. 기도는 각자의 마음에 아상을 지워 마음을 비우게 하는 수행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서 ‘나의 뜻이 아니고 그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한 말씀이 님의 진리에 대한 가장 최고의 기도겠다.

기도는 내 마음의 소원이 아니라, 불성인 ‘그대’ 부처님 마음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에 다름 아니겠다. 이것이 님의 진리다. 법은 님의 지혜고, 님은 고요한 마음에 피어난 법의 우담바라리라.

불교는 아는 철학만도 아니고 믿는 신앙만도 아닌 그 두 가지를 포괄하면서 넘어서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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