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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타 선인의 축복

기자명 법보신문
전 재 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연등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불교 차원을 넘어 한국의 독특한 문화축제로서 자리 잡고 있다. 경전에서도 부처님의 탄생은 극히 신비롭고 거룩하게 그려지고 있다.

불경 가운데 부처님의 탄생을 기록하고 있는 경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숫타니파타의 날라까경을 들 수 있다. 아시타 선인은 싯다르타의 할아버지인 시하하누 왕 때부터 사제였다. 이 경은 숫도다나왕 때에 싯다르타의 탄생과 싯다르타가 부처님이 될 것을 예언한 아시타 선인의 가장 오래된 원형적인 이야기의 버전이다.

아시타 선인은 싯다르타의 영광스러운 탄생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싯다르타가 성인이 되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는 것을 그는 보지 못하고, 자신은 죽어야 하는 운명을 한탄했다. 그래서 자신의 누이동생의 아들인 날라까에게 싯다르타가 부처님이 되면, 그의 가르침을 받을 것을 유언하였고, 그가 나중에 부처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는 내용이 이 경전에 들어있다. 그 가운데 부처님의 탄생을 아시타 선인이 어떻게 알게 된 경로와 막 태어난 어린 싯다르타의 용모를 살펴보는 장면은 아래와 같다.

아씨타 선인은 한 낮의 휴식하는 장소에서 깨끗한 옷을 입은 도리천의 신들이 윗옷을 들고 기뻐하고 환희하면서 공손히 제석천을 극구 찬탄하는 것을 보았다. 기쁨에 넘쳐있는 신들을 보고 선인은 존경을 표하면서 물었다. “왜 신들은 기쁨에 넘쳐 있습니까? 만일 아수라들과의 싸움에서 신들이 이기고 아수라가 졌다 할지라도 몸의 털이 곤두설 수는 없을 터인데, 어떤 희귀한 일을 보고 그처럼 기뻐하는 것입니까?” “비할 데 없이 묘한 보배인 저 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인간세계에, 싸끼야족 마을 룸비니 동산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족해하고 기쁨에 넘쳐 있는 것입니다. 모든 뭇삶 가운데 가장 위없는 님께서 뭇 짐승들의 왕인 용맹스런 사자가 포효를 하듯, ‘선인’이라 불리는 숲에서 수레바퀴를 굴릴 것입니다.” 그는 그 말을 듣자 서둘러 하강했다. 그리고 숫도다나 왕의 궁전을 방문해 자리에 앉아서 싸끼야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뵙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싸끼야족들은 훌륭한 금세공사가 만든 화로에서 정련된 빛나는 황금처럼, 영광으로 반짝이며 찬연하게 빛나는 왕자 아이를 아시타라는 선인에게 보였다.

지혜에 능통한 그가 싸끼야 족의 황소를 안고 인상을 살피더니 기쁜 마음으로 ‘이 분은 위없는 님, 인간 중에서 가장 뛰어났습니다!’라고 환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멀지 않은 죽음을 생각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선인이 우는 것을 보고 싸끼야 족들은 물었다. “우리 왕자에게 무슨 위험이라도 닥칩니까?” 싸끼야 족들이 걱정하는 것을 보고 선인은 말했다. “왕자에게서 어떤 불길한 징표를 본 것도 아니고, 왕자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결코 열등한 자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왕자는 최상의 깨달음을 얻어, 가장 으뜸가는 청정을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많은 사람을 연민하여 진리의 바퀴를 굴릴 것입니다.

그의 청정한 행은 널리 펼쳐질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내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견줄 데 없는 힘을 지닌 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리니, 너무나 불행하여 나는 슬퍼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오래 세월이 지나 날라까는 아시타 선인의 소원대로 부처님을 뵙기를 서원하고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정각을 얻은 뒤에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게 되었다. 부처님은 자신의 탄생을 정각의 예언으로 축복해준 아시타 선인의 조카에게 마치 아시타 선인에게 가르침을 주듯 법을 전한다. 지면 관계상 다 소개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한 구절을 기억해둔다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가 한층 살아날 것이다. “작은 여울들은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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