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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바라'수업

영산재보존회 범음대학

천근 바라가 예경의 즐거움으로 化하다

'기자가 뛰어든 불교 현장'은 신행-복지-NGO 등 다양한 분야의 교계 현장을 기자가 직접 뛰어들어 체험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번 주에는 공선림 기자가 지난 9월 11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봉원사내 범음대학 '천수바라' 수업에 참석해 바라춤을 배웠다.(편집자)

"하나, 두울, 셋, 넷. 하나, 두울, 셋, 넷. 아니죠, 아니죠. 바라가 허리 밑으로 가면 흉해요. 다시."

바라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이렇게 까다롭고 힘들 줄이야. 고된 한숨이 저절로 나왔지만 기자는 다시 다른 학생들처럼 연습에 몰두했다. 바라를 머리위로 올리는 동작 하나가 제대로 되기까지 40분 남짓. 그 다음은 더 어려웠다.

기자가 참여한 9월 11일의 바라춤 수업은 범음대학의 1학년 교과목에 포함돼 있는 '천수바라' 과목. 총 20시간의 수업이 진행되는 '천수바라'의 마지막 수업시간이었다. 바라춤에는 명바라, 사다라니바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영산재, 천도재, 예수재, 수륙재 등 각종 재에 모두 들어가는 의식 가운데 하나가 천수바라다. 재를 지내는 과정에서도 상단의식에 속해 불보살님께 공양하는 춤인 것이다.

천수바라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할 때 추기 때문에 천수바라라고 하는데 내용은 보통 예불시에 독송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와 같지만 운율과 박자가 다르다. 소리에 맞춰 바라춤을 하려니 일반적인 독송보다 좀더 느리고 운율이 강하게 나타난다.



한 동작에 한 시간씩 연습

수강생들은 천수바라를 다 배운 상황이었는데 기자는 바라 잡는 '파지법'부터 배우고 따라 하려니 진땀이 돋았다. 다행히 그간 나오지 못했던 수강생들이 있어 처음 바라를 잡거나 몇 번 배워보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따로 모여 한 동작씩 배우기 시작했다. "고무래 정자 모양으로 양발을 벌리되 조금 각도를 좁히고 무릎을 구부릴 때는 다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구부리세요."

바라를 잡고 허리를 편 상태로 그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바라를 명치 앞에서 들고 머리위로 올리기까지 네 박자가 되는데 그 네 박자의 단순한 움직임을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양쪽 바라의 간격, 가슴과의 거리, 바라가 기울어진 각도, 팔의 위치, 바라를 들어올리는 속도 등. 이번엔 잘 되었다 싶었는데도 어딘가 미흡하고 어색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수자 인각 스님은 지적을 반복했다.

"이제 다음 동작을 해봅시다. 자, 보세요. 바라를 돌리지 말고 팔을 돌리세요."눈으로 봤을 땐 바라를 그냥 쓱쓱 돌리는가 했는데 이수자 스님은 바라를 돌리려고 하지 말고 팔을 돌리라고 한다. 박자에 맞게 오른팔은 어깨 위쪽에서 돌리고 동시에 왼팔은 내리고 팔을 안쪽으로 접어 바깥을 향해 바라를 돌리고. 다시 왼쪽 바라를 팔에 붙여 들어올려 어깨쯤에서 돌리고. 바라를 돌리는 이 동작은 1시간 넘게 계속됐다.



시간이 갈수록 바라는 무거워지고

동작을 반복하다보니 바라를 처음 잡았을 때의 가뿐함은 어디로 가고 바라는 점점 무거워져 나중에는 바라가 큰 돌덩어리인양 감당할 수 없이 묵직해졌다. 팔과 어깨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 시간이 지나자 얼굴은 상기되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같이 배우는 예순이 넘은 비구니 스님뿐만 아니라 대여섯 명의 수강생들도 모두 비지땀을 흘리며 스님의 설명에 열중해 동작을 반복했다.

2시간의 수업시간을 마쳤을 땐 범패를 하는 스님들이 다 존경스러웠다. 손가락에는 바라를 묶은 끈에 긁혀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나중에 들은 애기지만 바라를 비롯해 의식을 배울 때 물집도 생기고 근육통도 오는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기자를 포함해 몇몇 학생들은 '나머지 공부'를 위해 다음 수업시간인 9월 16일에 정규 수업시간보다 40분 일찍 모였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연습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다들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도하는 스님의 소리에 맞춰 한 동작 한 동작 이어가니 이렇게 바라를 추는구나 싶어 재미가 나기 시작했다.

"오~옴 살바 바~예수 다~라나 가~라야 다~사명 나막 가리 다바 이맘 알야"

절을 하고 바라를 한 번 치고 박자에 맞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명치까지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감동이 절로 일었다.

"바라춤은 부처님 앞에서 추는 겁니다. 화려하게 움직이고 싶다고 너무 많은 기교를 부리면 흉해요. 경건한 마음으로 점잖게, 경박하지 않게 춰야합니다."

스님의 당부와 함께 동작 하나 하나에 정신을 집중하며 움직이다보니 절로 신심이 우러났다. 마음을 실어 몸으로 부처님을 예경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영산재를 봤을 때 느꼈던 장엄함도 되살아났다.



장엄함에 고취된 신심

처음 바라춤을 배우러 왔을 때 '바라춤은 영산재나 불교계 문화행사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만 여기고 '당연히 스님들만 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은 사라졌다. 바라춤은 불교 지극한 신심을 담아 몸으로 표현하는 '의식'이다. 의식(儀式)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에 바라춤은 부처님을 향한 불자들의 지극한 마음의 표현이고 다짐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형상화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바라춤'을 비롯해 불교 의식을 배우고 지켜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물집이 터져 진물이 난 손에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의식을 배우는 진지한 학생들에게 우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의 움직임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처님 법의 장엄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학생들은 이곳 범음대학에서 3년간 의식을 배운다. 그 이후에도 연구반을 구성해 공부를 계속한다. 그러니 불교 의식을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기자가 며칠 흘린 땀은 새발의 피도 안 된 셈이다. 비록 바라를 들고 땀 흘린 시간은 짧았지만 불교 의식의 중요성과 함께 신심을 다질 수 있던 뿌듯한 시간이었다.



불교의식을 배우는 사람들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은 일반 재가자들이 들어가기가 어렵다. 입학 자격이 '승려·교역자, 특별히 연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범음대학 학생의 대부분은 스님이다.

어쩌다 보이는 재가자는 범패 일반에 대해 연구를 하려는 사람, 전통 무용가 등이고 혹 사찰에서 머물고 있는 거사나 보살, 득도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다. 2학기 현재 수업을 듣는 1학년 학생이 50명 정도로 이 중에는 경북 영천에서 오는 스님도 있다.

영천 보현암 혜정 스님은 "멀어서 잘 못 오지만 의식을 잘 배우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스님이 아닌 경우에 접수시 면접을 통해 영산재를 배울 필요가 있는지 상담을 하고 받아들인다.

영산재보존회가 인정하는 다른 불교대학에서 불교의식을 배운 경우에는 학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재가자라도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범음대학 재가자 학생 다수가 다른 학교에서 의식을 배우고 온 경우였다.



불교의식 교육기관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 02-392-3234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 국악과 056-770-2509

동방불교대학 02-764-5883

중앙승가대 부설 어산작법연구원 02-921-3452

해동불교범음대학 02-741-0495

한국불교법사대학 부설 불교의식교육원 02-720-1836


공선림 기자 kn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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