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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의 오대산 적멸보궁

성도제일의 새벽 맞은 곳

한겨울 불현듯 찾아간 산사

그곳에서 108배 하며 눈물 흘려


1980년 겨울 나는 내 삶의 최대 위기를 맞아 서울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영등포 시장에서였다.

"기사 특보요"

너무나 우렁찬 목소리에 돌아보니 한 사내가 땅을 기면서 신문을 팔고 있었다.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그 길로 마장동 시외 버스 터미널까지 갔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 때 매표소 앞에서 한 스님이 표를 사고 있었다. 그 스님을 본 순간 '월정사'가 떠올랐다. 왜였을까? 그때까지 월정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었다.

"스님, 월정사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 합니까?"

나의 월정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강원도 진부에 내려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는데 마장동 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던 스님이 나를 불렀다. 스님은 일행인 듯한 남자와 막 택시를 타려든 참이었다.

"월정사에 가신다고 했지요. 괜찮으시면 우리가 월정사를 지나가는 길이니 함께 가시지요."

진부에서 월정사 가는 길은 설국이었다. 낯 선 겨울 풍경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던 근심들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월정사엔 무슨 일로 가시는지?..."

창 밖만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스님이 물었다.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이라고 말했다. 차는 눈 덮인 전나무 숲을 지나 어느새 월정사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상원사에 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왜 그랬을까? 나는 예정된 일정 마냥 스님을 따라 상원사를 거쳐 중대사까지 가게 되었다.

오대산 중턱에 위치한 겨울 중대사는 눈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날렸다. 문수동자처럼 나를 이곳까지 인도한 스님은 보이지 않았고 내 생애 처음으로 절 집 방에서 몸을 뉘었다.

새벽 네 시쯤 기도 차 이곳에 묵었던 사람들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무엇에 이끌린 듯 그들을 따랐다.

한 겨울 오대산 새벽 산길을 더듬어 올라간 그곳에 적멸보궁이 있었다. 내 안의 슬픔에 겨워 난생처음 백팔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곳이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이고 그리고 그 새벽이 성도제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후였다.

그렇게 오대산 적멸보궁은 내 마음 속 성지(聖地)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 가을 오대산을 찾아 부처님께 백팔배라도 해야겠다.



이해선(여행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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