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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정신치료

기자명 법보신문

사공 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

어느 날 한 여대생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고 미워한다는 피해 사고로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남존여비문화가 가득 찬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모두 남동생만 아들이라고 우대해주고 자신은 무시 받으며 살아왔다. 자신도 사랑 받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되다 보니 동생에 대한 증오심과 자기비하감이 형성된 것이다.

자기비하와 증오심으로 점철된 이러한 무의식적 심상(心傷)이 해결되지 않고, 현재 삶 속에서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랑 친구 두 명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 두 명이 같은 여고 동창생이어서 여고 동창 모임에 대한 대화를 잠깐 나누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기분 나쁜 상황이 아니지만, 그녀는 “저 친구들이 나를 무시해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는 생각에 불현듯 기분이 나빠진다. 무시 받는다는 어릴 때의 무의식적 심상(心傷)이 친구들에게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고 미워한다는 피해사고가 생긴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의 무의식적 심상(心傷)을 모르는 무명(無明)의 상태이다. 무명(無明)의 상태이기에 증상이 오고 고통이 오고 정신불건강의 상태가 온다. 이에 대한 정신 치료는 무의식적 심상(心傷)을 깨우치게 하고 제거 해주는 것이다. 이 환자에게 먼저 자기 마음이 자나 깨나, 일거수일투족 이러한 무의식적 심상(心傷)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지금은 그때의 어린 아이가 아니며 남동생에 비해 자신이 무시 받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무의식적 심상(心傷)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떨쳐 나와야 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이 무의식적 심상(心傷)의 틀을 깨야 한다. 과거의 잣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의식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러한 무의식적 심상(心傷)을 깨닫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불교에서 중생은 ‘애응지물(碍膺之物 ; 가슴에 꺼리 끼는 것)’로 가득 차 있어 인간의 고통이 온다고 한다. 이를 깨달으면 각(覺)이라고 했다. 실로 정신불건강은 애응지물(碍膺之物)로 인해서 생기는 것이며 애응지물(碍膺之物)은 무의식적 심상(心傷)이 해결되지 않아 생긴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무아(無我)란 이러한 ‘애응지물(碍膺之物)’ 즉, 무의식적 심상(心傷)에 의한 집착이 없음을 말하며 이것을 깨닫는 것이 진여(眞如)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더욱 깊게 하면서 집착을 줄여나가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훈습(薰習)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닫고 나서도 계속 수행하라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인 것이다. 진여(眞如)의 상태는 집착에서 해방되어 진아(眞我)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부처님 설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은 무의식적 심상(心傷)이 없는, 사심(私心)이 없는, 집착이 없는, 탐진치(貪嗔癡)가 없는 진정한 자기 즉 진아(眞我)로 가득찬 상태이다. 이러한 진아(眞我)는 자타(自他)가 없는 우주 삼라만상이 일치하는 경지이다. 이것이 불성(佛性)이요, 부처님 마음이다.

정신치료와 불교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 정신치료의 최종 목표는 증상의 해결이며, 불교에서는 안심입명(安心立命)의 목표, 즉 해탈(解脫) 이라는 큰 목표가 있다. 불교 수행법인 ‘선(禪)’은 밖의 대상을 향하는 마음을 떠나는 것이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 오감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에 집착하지 않고 순간순간 바로 자성청정심을 드러내는 것이 ‘선(禪)’이다. 석가의 깨달음의 핵심도  ‘바깥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추어라’는데 있으며, 또한 석가는 “일체 중생이 부처의 성품이 있어 존귀하며 그로 연유하여 일체의 모든 고통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고 설하셨다. 선(禪) 수행이야말로 최고의 정신치료이며, 석가는 위대한 자각(自覺)자이며, 최고의 정신과 의사이자 모든 중생의 스승이다.

비록 진흙탕에서 피어나지만 그토록 청정함을 지닌 연꽃을 생각하며 우리 중생의 마음도 부처님 가르침 따라 부처님의 마음이 되기를 서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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