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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심정섭기자 - 이혼 매년 2000건 증가, 그 대책은

기자명 법보신문

백년해로 비결? “부부싸움에 져라”


결혼을 하고 또 다른 행복의 세계를 꿈꾸는 게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님’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서로 등을 돌리고 ‘남’이 되거나 남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혼인 및 이혼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연간 혼인건수는 334000건(쌍)으로 99년의 363000건 보다 29000건이 감소했다. 반면 이혼은 해 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이혼 건수는 120000건으로 99년 118000건에 비해 2000건이 늘어났으며 70년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신세대 일수록 이혼 쉽게 결정



이혼율은 70년 11600건에서 80년 23700건, 90년 45700건, 95년 68300건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다 98년 116700건으로 10만 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난 이혼 사유는 가족간의 불화를 포함한 부부불화가 75.2%로 가장 높았으며 경제문제는 10.8%로 91년의 2%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해, 경제문제가 주된 이혼 사유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IMF체제에 접어들면서 가정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이에 따라 이혼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회적 현상을 그대로 투영한 실제수치라는 점에서 경제문제가 주요 가정사로 대두됐음을 나타내는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이혼은 부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혼의 증가는 결손가정의 증가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화두’이기도 하다. 2000년 이혼 당시 20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는 70.4%로 자녀가 2명인 경우는 34.2%, 1명인 경우는 31.8%, 3명 이상인 경우는 4.4% 등이다. 이들 가정은 부모의 이혼에 따라 어떠한 형식이든, 평범한 가정의 모습에서 일탈하게 되는 것이다.

늘어나는 이혼은 우리사회의 전통적 관념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다. 때문에 이혼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게 현실이다. 여성문제 전문 상담기관인 한국여성상담센터에 따르면 이혼관련 상담이 99년 633건에서 2000년 1364건으로 2배 가량 늘어나는 등 이혼을 생각하는 여성들의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현혜승 소장은 “최근 들어 가장의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중 하나”라며 “가부장적 체제를 벗어나 세상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여성들의 의식이 변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현상을 전했다. 현 소장은 “과거에 비해 결혼이라는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다”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젊은 세대일수록 이혼을 쉽게 생각한다”고 상담사례에 따른 의식변화를 설명했다.

이혼은 최근 들어 TV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KBS에서 방영중인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대표적인 예. 다양한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이혼의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법률위원인 박동섭 변호사는 “물질만능주의에 젖어든 가치관의 혼돈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인교육을 포기한 학원식 교육제도와 사회환경이 이혼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뚤어진 교육과 사회현상을 지적했다.

이혼의 증가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부부재산계약’이 그 대표적인 예. 부부재산계약은 결혼과 이혼의 조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 권한 등을 담고 있으며 대부분 부인이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혼시 재산 분할’ 결혼 전 논의



한 부부가 인천지방법원 남동등기소에 등기신청을 내면서 화제가 됐던 부부재산계약은 6월 23일 결혼한 또 다른 부부가 같은 내용의 약정서를 법률회사를 통해 법원에 등기 신청하면서 사회적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이들 부부는 “이혼을 가정한 것이 아니라 이런 약속을 통해 진짜 괜찮은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아해하는 주변의 시선을 일축하고 있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의식이 상당부분 변하고 있는 일면을 보여주었다.

‘칼로 물베기가 부부싸움’이라는 말은 이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대신 ‘못할 것도 없지’라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이혼도 인생의 한 페이지인 만큼 ‘당당하게 이혼하자’는 의식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적인 이혼(?)을 고민하기에 앞서 부부싸움에서 겸손한 패자가 되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쌓아 가는 여유와 인내를 배워야 할 때이다.



가정문제 전문 박동섭 변호사“돈만 좇는 세태가 이혼 부채질”



“참을성 없는 사회의 전반적 현상입니다.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의 조급함이 문제를 크게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 법률위원 박동섭 변호사는 ‘참을성 없는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혼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사건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박 변호사는 “‘돈’의 많고 적음을 인간의 가치기준으로 평가하는 풍토가 문제”라며 경제력이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있는 세태를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이같은 풍토가 조성된 배경을 “학원식 입시교육과 ‘졸부’가 늘어난 데 따른 폐해”로 분석하고 있다. 학교에서 인성을 다듬고 양성할 인성교육을 포기한 채 대학입시만을 생각하는 교육이 진행되는 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또 갑작스럽게 경제적 풍요로움에 젖어든 이른바 ‘졸부’들의 자기중심적인 빈약한 사고가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평범하고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한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또 “부모들은 혼인한 자녀가 이미 성인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부모들의 과잉반응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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