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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긍정과 이중부정의 道 상

기자명 법보신문

불법은 아집 뒤섞인 택일의 논리 부정
세속 끌어안아야 참다운 성스러움

원효는 불교의 도가 먼저 이중부정의 바탕 위에서 이중긍정의 길을 현시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즉 불법은 비생비멸(非生非滅)과 같은 이중부정의 바탕 위에서 역생역멸(亦生亦滅)의 이중긍정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중부정은 생멸의 현상적 세계를 초탈한 대자유의 해탈법을 상징하고, 이중긍정은 생/멸이 서로 상호간에 교환하는 이중성의 왕래를 포괄하고 있는 평등의 연기법을 말한다. 이중부정의 자유법이 이중긍정의 평등법보다 먼저 언급되는 까닭은 이중부정의 초탈법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중긍정의 포괄법은 양립적인 이원성으로 오독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중긍정의 포괄법(연기법)은 원효가 즐겨 말하는 융이이불일(融二而不一=둘을 융합하되 하나로 만들지 않음)의 법으로서 일원론과 이원론을 다 기피하는 법이므로 이것을 이중성이라 부른다. 단적으로 불법은 초탈의 자유를 상징하는 공(空)과 포괄의 평등관계를 나타내는 색(色)이 서로 이 우주의 여법한 진여임을 알려준다. 특히 생멸의 포괄법은 생/멸이 서로 의타기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생과 멸은 서로 다르나, 각각 독립적 현상이 아니고 상호의존적 존재방식을 띠고 있기에 택일적 논리가 아님을 말한다. 연기법은 택일법의 논리와 전혀 다르다.

택일법의 논리는 그 동안 사회적 진리를 설명하는 철학으로 그 자리를 굳혀 왔었다. 진/위, 선/악, 성/속 등으로 세상의 사태를 판단하여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회적 진리는 전자를 선택하는 길을 달려 왔다. 지금도 인간은 사회생활에서 저런 택일법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사유한다. 원효가 말하고자 하는 불법은 저런 택일법이 미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僞/惡/俗 등은 眞/善/聖과 전혀 내적 상관성이 없는 별개의 이물질처럼 여기는 것이 택일법의 생리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한다. 평등은 진리이나 그 평등 속에 함의돼 있는 질투심과 같은 대등의식은 평등법과 다른 이물질이 아니고, 정의는 선이나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분노의 악은 정의의 이면에 해당하고, 성스러움은 그 이면에 늘 세속에 대하여 고고하다고 여기는 아만(我慢)의 심리가 은연중에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의식은 늘 이런 택일의 진리를 유일무이한 가치론으로 여겨왔다. 불법은 이런 택일의 논리가 여여한 우주의 진리가 아니고, 인간이 자기 것을 절대화하려는 자가성의 아집과 법집이 뒤섞인 미망이라고 가르친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이 택일의 미망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거기에 끌려왔다. 그래서 선은 악과 투쟁해야 하고, 진리는 허위의식을 공격해야 하고, 성스러움은 세속적인 더러움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해왔다. 그런 투쟁의식에 투철한 인간을 영웅성자로 대접하는 망상에 인류가 속아 왔다.

저와 같은 택일의 논리는 인간의 판단하는 분별심과 그 의식이 세상을 정리정돈하고 세상에 진선미성(眞善美聖)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능위적 태도에 기인하고 있다. 인간의 분별심이 세상의 병을 치유시킬 수 있는 의사라고 착각하는 곳에 인간의 망상이 늘 자리잡고 있어 왔다. 병자가 스스로의 병을 모르면서 세상을 고치겠다는 것과 같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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