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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⑤

기자명 법보신문

간화선만이 부처님 경지 이른다는 주장
부처님 교법과 거리…한국불교 해결 과제

한국불교에서는 간화선이 최상승의 수행이라고 하면서 화두를 참구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부처님도 화두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부처님이 화두를 참구해서 대각을 얻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예로부터 종종 있어왔습니다. 예전에 저도 어느 큰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어째서 생사가 벌어지게 되었는고’ 라는 화두를 참구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후에 부처님이 설하신 수행법에 관해 조금 관심을 갖다보니, 화두와는 전혀 거리가 먼 부처님만이 발견하신 위빠사나를 통해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 간화선은 중국의 조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수행법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간화선이 등장하기 전의 중국 불교의 수행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조사어록을 읽어봐도 그분들이 어떤 방법으로 수행했는지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달마대사가 9년 동안 면벽수행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 수행을 했는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또 수많은 조사들이 깨달음을 얻는데 있어서도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승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간화선이 나오기 이전의 중국선은 스승의 언어가 방법이었지 구체적인 실천법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달마선사의 제자 혜가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것도, 혜가 스님의 제자 승찬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것도 모두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오고간 문답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이 스승들의 말도 깨달음을 얻게 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과거의 스승들이 제자들에게 던진 거대한 수수께끼와 같은 말씀을 오로지 의심케 하는 것으로 그 방법을 삼았던 것입니다. 알다시피 간화선은 거대한 의문을 통해 삼매를 이루고, 그 삼매로서 중생심을 타파하여 본성을 드러나게 하는 수행법입니다.

과거 스승들이 한 말씀을 의문으로 삼아 수행법으로 바뀌게 한 것은 대표적으로 대혜 종고 선사입니다. 그분은 항상 제자들에게 모름지기 수행자는 과거의 스승들이 제자들에게 던진 말씀을 자나 깨나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간화선에 있어서 화두의 종류는 1700가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화두는 한결같이 의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째서 무엇 무엇인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를 잘 살펴보면 중생의 모든 식심은 하나의 의문으로 뭉치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꾸 하나의 주제를 들어서 의심하려고 하다보니 자연히 번뇌망상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또 번뇌망상이 일어났다 할지라도 하나의 의심에 잡아먹혀 발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의문이 거듭 거듭 커지다 보면 큰 의정삼매에 다다르게 되고, 오로지 의심하는 하나의 마음 앞에 어느 경계도 달라붙지 않게 됩니다.

이 수행에 있어 마치 고무풍선 속에 바람을 불어넣을 때 바람이 들어가다 들어가다 터지기 직전의 상태가 있는 것처럼 수행자의 마음에 의심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가득하여 더 의심할 여지조차 없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흔히 간화선에서는 은산철벽이라고 합니다. 외줄기 길에 은으로 된 산과 쇠로 된 벽이 나타난다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듯, 의심하는 마음이 극에 달하여 더 이상 중생심이 발동하지 못하게 되면 깨달을 수 있는 인연이 도래합니다.

이에 비해 부처님은 무엇을 의심하거나 몰입하는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방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간화선만을 통해야 부처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은 부처님의 교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한국불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몸과 마음을 비춰보는 수행을 통하지 않고서는 법의 참 모습을 알 수 없으며 윤회의 속박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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