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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사』 배포에 적극 나서야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영
중앙승가대 교수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실로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학자 간의 서로 다른 견해를 감안하더라도 조계종은 최소 1,000여 년의 역사가 확인된다. 종교사 전체에서 1,0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특정 종파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계종은 불교권 어디에서도 종파로 형성된 예가 보이지 않으므로 한국의 조계종은 독창성과 역사성 모두에서 충분한 자긍심을 지닐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작 조계종에 소속되어 있는 사부대중이 그들 종단의 역사에 대해 얼마만큼의 이해를 하고 있으며, 종단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을까를 되짚어보면 참담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년간의 작업을 거쳐 『조계종사』1, 2권을 간행한 바 있다. 고·중세편(2004년)과 근·현대편(2001년)으로 나뉘어 진 이들 책자는 전문가들로부터 결코 적지 않은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종단 내부의 반응은 무관심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이다. 3,000부 남짓 발간한 이 책자가 아직까지 초판 상태에 그냥 머물러있다는 종단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애써 간행한 조계종사는 아직 ‘읽히는 종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필자 역시 간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이 작업에 참여했으므로 혹시 책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자성적인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측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나 종도의 견해는 접해보지 못했다. 결국 책자를 간행한 종단 측의 책 배포에 대한 의지 부족과 종도, 특히 조계종 승적을 지니고 있는 스님들의 무관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달 수원 봉녕사 강원에서 한국불교사 특강을 한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자연스레 『조계종사』책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될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강원 학인 스님들조차 공식적인 종사의 발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중앙승가대학에서는 4학년 스님들이 조계종사 교과목을 이수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학인 스님들은 이 교과목 이수를 위해 매년 조계종 출판사를 찾아가 이 책을 구매해오고 있다. 단체 구매를 해서 다소간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즐거워하는 종립 교육기관의 학인 스님들을 뵈면 오히려 죄송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조계종사에 대한 경시 현상은 재가 불자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전국에 산재한 조계종 소속 각종 교양대학에서 조계종사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껏 접해보지 못했다. 조계종 소속 신도 가운데 조계종의 종조가 어느 분인지, 중흥조가 어느 분인지, 또는 조계종의 종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역사는 물론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다. 그러나 역사는 오늘의 삶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교육을 중시하게 된다. 조계종의 오늘은 1,000여 년의 역사가 이룩해낸 성과물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사적비의 시주자 명단 속에 가끔 천민들이 들어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자신의 생계조차 꾸려가기 힘들었을 천민들이 사찰의 중창불사에 선뜻 보시를 하고 있는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한한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된다. 조계종의 오랜 역사를 통해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해서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세, 그것이 역사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교훈이 되는 것이다.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지탱해온 과거의 모습을 경시한다면, 희망적인 불교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조계종사에 대한 사부대중 모두의 경각심을 촉구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조계종사』의 보급과 관련한 종단측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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