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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의 외침’이 그립습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종삼 스님
구례 화엄사 주지

선등선원에서 정진수행하신 스님들과 외호대중들의 발심원력으로 무탈하게 하안거 해제법회를 맞이하면서 만해 한용운의 글이 떠오르는 것은 여러모로 어색하지만 현재 한국불교의 복잡한 내면(內面)의 반증(反證)이라는 생각이다.

“요즘 참선하는 사람들은 참 이상하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그 마음을 고요히 가졌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 처소를 고요하게 가지고 있다. 옛 사람들은 그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처소를 고요하게 가지는 것은 염세(厭世)일 뿐이요, 그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독선(獨善)일 뿐이다. 불교는 구세(救世)의 종교요 중생을 제도하는 종교인데,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서 염세와 독선에 빠져 있을 뿐이라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선양하고자 매년 개최되는 만해축전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개최되었다. 백담사는 일제 강점의 암흑기를 밝혔던 승려이자 시인이요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자취와 정신이 배어있는 ‘만해 성지(聖地)’이다. 만해는 백담사로 출가해 스님이 됐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조선불교유신론’‘님의 침묵’등을 집필하면서 불교와 사회개혁의 사상을 키웠다. 해마다 여름이면 백담사와 인근 ‘만해마을’에서는 만해의 민족정신과 자유사상, 문학혼을 기리는 한마당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 만해축전은 현대시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현대시조 100년 세계민족시대회’가 마련되었고, 그 외 ‘문학과 종교’‘독일작가 초청 국제문학심포지엄’‘불교정신과 현대문학’등의 다양한 심포지움과 부대행사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올해 축전에서도 나타나듯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만해의 사상과 자유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이라는 심포지움 외에는 조선불교의 혁신을 위해 노력한 만해의 삶과 현재 한국불교의 현실을 소통할 논의의 장은 상당히 미흡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만해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는 있지만 1920~30년대에 많은 불교관련 논설들을 발표하며 지속적으로 조선불교의 당면과제들을 제시함으로써 식민지 현실 속에서 불교의 타락을 경계하는 역할을 한 만해의 삶은 문학이라는 영역에만 한정지을 수 없는 한국불교의 커다란 자양분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적으로 80년이 흘렀지만 “유신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요,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다. 천하에 어미 없는 자식은 없다고 말하되 파괴 없는 유신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릇 파괴란 것은 헐어서 없애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시세에 맞지 아니한 구습을 고쳐서 새로운 것으로 향하게 하는 것뿐이다.”는 만해의 목소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1912년 간행된 조선불교유신론은 만해 최초의 저술이자 불교혁신을 위한 포괄적인 제안서였지만 당시 불교계는 만해의 끈질긴 개혁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단지 몇몇 선각자들이 그 예지(叡智)를 놀라워하면서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평소 만해와 가까이 지냈으며 만해가 열반에 든 뒤로는 아예 서울에 오지 않았다는 만공선사는 늘 “ 우리나라에는 사람이 귀한데 꼭 하나와 반이 있다. 그 하나가 만해 한용운이었다.” 우리가 딛고 올라야 할 만해라는 큰 디딤돌이 한국불교의 자기혁신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만해 정신 선양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쪽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그 성공을 이끌어내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쪽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취해있다 그 종말을 맞이했다는 역사학자 토인비의 눈에 비친 한국 불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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