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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사지 편찬에 관심가져야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영
중앙승가대 교수

우리 민족은 출판, 인쇄문화에 남다른 애정과 재능을 보여 왔다. 우리 민족이 세계 최초의 목판본과 금속활자본 출판물을 발간해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고려대장경을 비롯한 이 분야 성과물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이같은 출판, 인쇄문화의 우수성이 불교의 성행과 직접 연관되어있다는 점 또한 뚜렷한 사실에 해당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일차적으로 불교경전 보급을 위해 출판, 인쇄문화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불교인들이 반드시 경전 보급만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불교인들은 발달된 인쇄문화를 활용하여 고승전을 편찬하고 승려 어록과 문집을 간행하는 일을 병행해 왔다. 특히 과거의 불교인이 다양한 사지를 편찬하고 보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지(寺志, 寺誌)는 특정 사찰의 역사, 문화, 재산 등과 관련한 기록 일체를 말한다. 우리는 과거의 불교인들이 남긴 이들 사지류 기록을 통해 보다 다양한 불교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지 편찬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현재의 불교계는 사지 편찬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 외면하고 있다. 과거 그토록 어려웠던 조선시대의 스님들조차 결코 적지 않은 사지를 편찬해냈고, 정 어려우면 「사적기」라는 이름의 소략한 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결코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찰문화연구원에서 최근 『전통사찰총서』 21권을 완간하였다. 무려 15년 세월이 걸린 불사였지만, 이 불사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회향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의 공간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특히 연구원 설립 초기 이용부 선생님과 함께 발원하였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는 중압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전통사찰총서』에 실린 내용은 개별 사찰의 사지에 해당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처음 총서 발간을 기획하였을 때,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토대로 한국의 전통사찰에 모두 사지가 비치되는 모습을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을 진행할수록 920여 개에 달하는 전통사찰 모두에 사지를 비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일 뿐이라는 낙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920여 개의 전통사찰은 조계종(81%)과 태고종(11%)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일부 사찰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사찰들의 사지 편찬은 이들 종단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일에는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동안 필자의 강의를 듣는 학인 스님들에게 사지 편찬을 과제로 내준 적이 있다. 과제가 주는 적지 않은 부담감 때문에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도 간혹 졸업생 스님들로부터 그 때의 과제가 힘들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반가운 소리를 듣곤 한다. 심지어 과제물을 다시 정리하여 사찰에서 소책자로 간행하기로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종단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요원하다면, 이렇게 당해 사찰에 주석하는 스님과 그 사찰에서 신행활동을 하는 신도 대중들이 사지 발간에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일에는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인간을 발전시키는 기본적 품성에 해당한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집단에게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지를 편찬하기 위해 시주하고 노력했던 불교인들에 대한 부끄러움,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불교인 모두가 간직해야할 품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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