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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쓴 WFB행사 90 서울대회뿐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6.09.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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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B 창립 이래 ‘유일’…개정 요청에도 외면
조계종-태고종 등 각 종단, “불기 정정 논의”

<사진설명>1990년 10월 한국에서 개최된 WFB서울대회. 현수막에는 불기 대신 서기로 표기되어 있다.

대표적인 국제 불교 기구인 세계불교도우의회 역사상 공식연도를 불기대신 서기를 사용한 사례는 오직 1990년 한국에서 개최된 서울대회뿐이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0월 개최된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이하 WFB)’ 서울대회는 서기(西紀)를 사용한 유일한 대회였음이 확인됐다. WFB 서울대회는, 1950년부터 2년 주기로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개최하고 있는 WFB 대회 사상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는 서기를 사용한 유일한 대회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것.

그렇다면 왜 불기 대신 서기를 사용했을까? 이유는 한국의 불기와 WFB의 공용불기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건을 확인한 결과 당시 서울대회가 열렸던 1990년 당시 한국은 불기를 ‘2534년’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WFB가 사용하고 있던 국제 공통 불기는 ‘2533년’. 당시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불기가 국제사회보다 1년 빠르게 사용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불기’가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서울대회 당시 WFB 한국본부의 사무국장을 맡았던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이치란(세계불교원장) 위원에 따르면 대회의 각종 문건과 유인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서울대회 조직위원회측은 불기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위원은 “각종 문건에 기록돼야 할 ‘불기’가 국제사회와 달라 유인물의 기획안이 수차례 번복되는 등 필연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에 당시 서울대회 대회장이던 서경보 스님의 의견에 따라 부득이하게 서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WFB 중앙본부측이 한국에 불기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치란 위원은 “대회 준비기간 동안 태국을 오가며 중앙본부와 많은 회의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중앙본부측은 불기를 WFB 기준인 ‘2533년’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불기 통일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했던 조직위 지도부는 WFB의 불기 수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는 결국 잘못된 불기 사용을 묵인한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이 제시한 관련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회의 일부 문건에는 불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대회 회장인 서경보 스님의 이름으로 발표됐던 ‘대회 인사말’에는 분명 ‘불기 2534년’이라는 문구가 남아있다. 그러나 중앙본부에서 작성한 ‘선언문’에는 ‘불기 2533년’으로 기록돼 있어 같은 대회에 서로 다른 두 가지 불기가 사용된 꼴이 됐고 이 역시 WF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WFB 서울대회는 기독교 문화의 산물인 서기를 공식 연도로 사용한 유일한 대회이자 같은 대회에서 본부와 개최국의 서로 다른 두 가지 불기를 사용한 유례없는 대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와 관련, 불기가 잘못 표기되고 있는 원인이 밝혀진 만큼 불기를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교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 종회의원 초격 스님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불기를 사용하면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번 임시 중앙종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종회의원 의연 스님도 “한국불교가 불기를 채택하고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등한시해왔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종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지원 스님도 “잘못된 점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불기 개정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태고종도 불기 오류 문제에 대해 WFB 중앙본부의 공식 정정 공문이 접수되면 이를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고종 사회부장 법현 스님은 “한국만이 근거 없이 잘못된 불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향후 종무회의에 안건을 상정, 심도 있게 논의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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