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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론(三寶論)

기자명 법보신문

神은 인간의 한계 투사한 문제해결법
불보는 초월자 아닌 자신의 본래 능력

불교를 흔히 기독교와 비교해서 무신론으로 단정한다. 그리고 기독교의 신중심주의와 대비해서 불교를 인간중심주의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는 불교를 무신론과 인간중심주의로 설파해도 되는지 의문을 갖는다. 불교는 사실상 ‘유신론/무신론’의 대비를 초탈해 있고, ‘신/인간’중심주의를 다 초극한 사상이고 종교라고 여긴다. 불교는 신들을 섬기고 있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신중의 신으로 여기는 신앙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불교는 천신지기(天神地祇)들을 모시고 있고, 범천과 제석천 등을 천상의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 불교는 어떤 경직된 교리의 틀을 지니고 있는 닫힌 종교와 달라서 마음의 정화를 통하여 상승하는 마음의 법을 존중하면 다 불교의 영역으로 수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어떤 이가 부처님을 신으로 경배하고 부처님의 가피를 입기 위하여 부처님이 가르치신 삶의 계율을 어기지 않으려고 애쓰면, 그는 인과응보의 법을 따르는 불도라고 칭할 수 있겠다. 부처님은 우주적 법성의 무한한 힘을 증득한 마음의 힘이다. 무한대의 자연법이 법성이라면, 그 법성을 체득한 심성이 불성이겠다. 그래서 법성의 법보와 심성의 불보를 우리가 다 경배한다.

법보를 서산대사가 ‘그것(渠)’이라고 지칭했다. 법보로서의 ‘그것(渠)’은 우주의 근원적 진리로서 인간중심의 자아적 사고방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는 탈인격적 진리자체의 본질을 지시하는 것으로 읽어야 하리라. 신의 개념은 인간이 자기보다 나은 존재자를 창조해서 도움을 청하고 싶은 인간심리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신은 자기 뜻대로 안되는 세상사에 인간의 사고가 낳은 문제해결방식의 은유적 투사법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의 자기 한계를 의식한 문제해결법의 이상적 투사방식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부처를 신처럼 최고의 권능을 지닌 존재자로 이해하는 것은 대자연의 법보를 인간중심으로 해석한 착각의 산물이다. 그러나 중생들이 다 착각 속에 살지 않는가? 최고의 존재자로서 신불(神佛)을 이해하는 것은 착각이지만, 착각 속에 살아가는 중생들이 자기들의 번뇌를 벗어나기 위한 마음의 의지처를 찾으려 하는 그 심리는 착각이 아니다. 불교는 부처님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불교는 ‘그것’으로서의 법보이외에 님으로서의 불보를 섬긴다. 불보로서의 님이 바깥에 있는 초월자라고 생각하면, 그 부처님은 기독교의 하느님과 유사하다. 그러나 불교는 단지 신앙의 종교인 것만은 아니다. 불교는 신앙을 넘어서 수행이 더 부처님의 가르침에 적합하다고 가르친다. 신앙은 님으로서의 진리가 마음 바깥에 서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수행의 진리는 님으로서의 진리가 마음 안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온 자기 마음의 본래 능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주적 법성의 진리로서의 ‘그것’의 지혜는 인간의 본래 마음의 능력인 ‘그대’로서의 님의 자비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의 가피는 바로 나의 마음이 본래 마음으로 회향하면서 나의 마음과 이웃에게 주는 희망의 보시에 다름 아니겠다. ‘그것’의 지혜와 ‘그대’(님)의 자비는 다르지 않고 같은 진리를 법보와 불보의 이름으로 부른 뜻과 상통한다 하겠다. 그리고 승보는 ‘그것’의 지혜와 님의 자비를 마음에 키우는 모든 불자들의 공동체와 같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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